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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 재개' 저울질하던 당국... 여당 압박에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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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 재개' 저울질하던 당국... 여당 압박에 급선회

입력
2023.11.05 20:00
수정
2023.11.06 09: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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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 금지]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적발이 기폭제
내년 총선 의식한 여당 압박 못 이겨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동혁 의원에게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집중)하려고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동혁 의원에게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집중)하려고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주식시장 공매도 '전면 재개'를 저울질했던 금융당국이 돌연 '일시 전면 금지'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표면적 이유는 최근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당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배경에 대해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도 보도자료를 통해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증시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위해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간 당국의 시선은 공매도 재차 금지가 아닌 '전면 재개' 시점에 맞춰져 있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정확한 시점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론 공매도 전면 재개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월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불안감이 사라졌을 때 공매도 재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제껏 당국이 염두에 둔 공매도 관련 대책에 '다시 전면 금지'는 없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는 지난달 감지됐다. 최근 금감원이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한 글로벌 IB 두 곳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게 발단이었다. 이어 이달 코스피200 편입이 유력했던 영풍제지의 주가가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대두되고 있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비롯해 실질적인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까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공매도 전면 금지'까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후 당국은 여당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원점에서 모든 제도 개선을 해 보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불법적인 (공매도) 거래에 의해 물량이 많이 거래되고, 이로 인해 거래가 왜곡되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실제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를 뒷받침할만한 뚜렷한 근거는 없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에 당국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여당이 총선 '표심'을 얻기 위해 당국에 공매도 금지를 강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 동의청원이 불과 아흐레 만에 5만 명 동의를 달성하기도 했다.

앞서 작년에도 공매도 전면 중단이 요구된 바 있으나, 당시 당국은 개인 공매도 규제만 일부 완화했다. 이번엔 정치권이 당국의 고유 판단 영역인 공매도 제도에 무리하게 개입한 모양새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당국 관계자는 "정치권 압박에 등 떠밀린 셈"이라고 귀띔했다.

공매도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종목을 빌려서 바로 판 다음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 값에 되사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투자자는 높은 값에 팔고 싼 값에 매수하기 때문에 그 차액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돼 향후 하락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공매도 해야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10만 원인 A종목을 공매도한다고 가정하면, 투자자는 먼저 A종목을 빌려 10만 원에 매도한다. 예상대로 A종목 가격이 8만 원으로 떨어지면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데(결제), 이때 공매도 투자자는 시세차익 2만 원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가격이 12만 원으로 뛴다면, 투자자는 2만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공매도를 할 때는 반드시 실물 주식을 빌려야(차입) 한다. 유가증권을 소정의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대차거래'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대차거래 잔고를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이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하지만 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다른 투자 전략에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대차거래 잔고=공매도 예정 수량'은 아니다.)
최근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은 대차거래 없는 매도를 해 문제가 됐다. 이를 무차입 공매도라 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서 갚지 않는(미결제)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0년부터 금지되고 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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