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총사업비 2조1,000억 원이 동원되는 대역사다.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에 걸쳐 있는 사업 부지는 무려 243만5,027㎡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이곳엔 대형 명품 공원은 물론 비공원 시설인 아파트 2,772가구(지하 3층~지상 28층 39개 동)가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아파트 예정 부지는 풍암호수와 맞닿은 호세권(호수공원 조망권) 단지로 조성될 터라, 신규 아파트 수요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아파트 분양만 하면 무조건 초대박이 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그런데 최근 이 사업이 추하게 일그러지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주식회사(빛고을) 주주들이 경영권과 시공권을 두고 수년째 볼썽사나운 소송전을 펼치면서다. 급기야 2일엔 주주인 K사가 기자회견을 자청, 느닷없이 광주시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K사는 "아파트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또 다른 주주인 W사와 짜고 K사가 보유한 빛고을 주식 24%를 탈취했는데도 광주시가 감독권 발동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달 13일 K사 보유 지분을 놓고 K사와 주주권 확인 소송(1심)을 벌이던 W사·빛고을이 패소하자 K사와 W사의 빛고을 주식(49%)에 설정해 둔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실행해 빛고을 최대 주주가 됐다. 롯데건설은 빛고을이 패소 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에 갚아야 할 대출금 중 100억 원을 상환하지 않자 질권자로서 이를 대신 변제한 뒤 빛고을 지분에 대한 1순위 질권을 취득·실행했다. 이로써 빛고을 주주는 기존 (주)한양(지분율 30%), W사(25%), K사(24%), P사(21%)에서 롯데건설(49%)과 한양(30%), P사(21%)로 재편됐다.
K사는 이를 두고 "빛고을이 PF 실행으로 돈이 있는데도 고의 부도를 내 롯데건설이 주식을 탈취하게 했다"고 반발했다. 특히 K사는 "이 사업 공모지침(제안요청서)상 특수목적법인 빛고을의 구성원 변경은 광주시 승인 사항인데 실제 주주 변경 과정에 광주시 승인은 없었다"며 "그런데도 광주시가 방관하고 있다"고 했다. 빛고을 측이 공모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제안요청서는 그 적용 범위(제3조)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빛고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협상, 협약의 단계를 뛰어넘어 민간공원추진자 지위를 갖고 있어 이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K사의 고의 부도 주장에 대해서도 빛고을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라며 "롯데건설이 주주들 간 지분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빛고을 대출금을 연장하지 않고 대위 변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K사 등이 소송을 내기 전에 이미 롯데건설이 2021년 11월 적법한 과정을 거쳐 한양을 제외한 빛고을 주주사가 각각 보유한 빛고을 주식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K사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광주시청 안팎에선 과거 아파트 시공권을 둘러싼 일부 주주사의 사업 훼방 시비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한양이 2021년 1월 광주시가 빛고을과 사업 계획 변경을 통해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1,900만 원(후분양)으로 합의하자, 실현 가능성도 없는 1,600만 원대 선분양 방식을 제안했던 일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광주시는 한양 측 주장에 법적 근거도 없는 사업조정협의회를 만들어 원점 재검토에 나서면서 사업이 7개월 정도 지연됐다. 그러나 조정 내용은 1월 사업 계획 변경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양의 사업 발목 잡기 아니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날 광주시를 향해 법적 대응을 예고한 K사에 한양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는 것도 수상쩍다. 실제 K사는 지난해 4월 한양의 모그룹인 보성그룹 계열사 대표인 A씨에게 변제 기일 7일짜리 긴급 자금 2억 원을 빌리면서 주식 근질권 설정 계약까지 체결했다. A씨는 이어 K사가 빚을 갚지 못하고 기존 주주들(3명)까지 변경되자 자신의 대여금 채권과 근질권을 신규 주주 3명에게 넘겨줬다. 이후 신규 주주들은 근질권을 실행하면서 사실상 K사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K사 채무가 97억여 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가 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K사 측은 A씨와 신규 주주들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K사의 주장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그간 수행해 온 사업 내용은 바뀔 것이 없는 만큼 이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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