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6년 발표한 국문 논문 3편
2007년 영문으로 중복 게재 등 의혹
승진 필수연구업적으로 모두 제출돼
연구윤리진실성위 본조사 착수
윤 교수 측 "당시 관행... 원논문 철회"
지난달 연세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윤동섭(62) 의과대학 교수(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가 기존 국문 논문의 영문판을 해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해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윤 교수가 해당 논문 3편을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아 정교수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부정행위 의혹 제보 내용을 확인한 학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진위)는 제보의 검증 필요성을 인정해 최근 본조사 착수를 결정했다.
윤 교수가 중복 게재 논문들을 정교수 승진 심사 과정에 제출한 사실은 3일 본보가 입수한 연세대 교무처 발송 공문에서 확인됐다. '연구윤리 위반 및 연구부정 제보에 대한 처리 진행 상황 회신'이란 제목의 이 공문은 교무처가 학내 교수평의회 요청을 받아 윤 교수 관련 의혹 제보를 확인한 내용이 담겼다.
공문에서 교무처는 윤 교수가 주저자인 영문 논문 3편을 '연구윤리 위반 의혹 논문'으로 지칭하며, 이들 논문이 2007년 윤 교수의 정교수 승진을 위한 연구업적으로 제출됐다고 밝혔다. 세 논문은 2007년 3월, 7월, 12월에 각각 해외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에 게재됐고, 승진 심사에서 모두 1등급(각 200점)으로 평가됐다. 당시 '연세대 의과대학 교원 인사관리 내규'(시행 세칙 포함)에 따르면, 윤 교수(외과)와 같은 임상의학 계열이 정교수로 승진하려면 주저자로서 SCI 논문(1등급) 1편을 포함한 논문 3편 발표를 최소한의 필수 연구업적 요건으로 갖춰야 한다.
교무처는 '해당 국제논문을 제외하면 (윤 교수는) 승진을 위한 필수 연구업적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문에 적시했다. 본보가 연세대 의대 교수의 연구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YUHSpace)에서 정교수 승진 심사대상 기간이었던 2003년 3월부터 2007년 12월 사이에 윤 교수가 발표한 논문 34편을 확인한 결과, 제1저자 또는 책임(교신)저자인 주저자로서 발표한 SCI 논문은 중복 게재 등 의혹을 받는 3편이 전부다.
윤 교수 측 "승진 활용할 의도 없었다"
문제의 영문 논문 3편은 윤 교수가 책임저자로 2004~2006년 국내 학술지인 대한외과학회지에 발표한 국문 논문과 내용이 같거나 비슷해 중복 게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문 논문 제목은 ①저위험군 팽대부 암에서의 경십이지장 국소 절제술(2004년 5월 제66권 5호 게재) ②팽대부 암의 근치적 절제술 이후의 재발 양상과 조기 재발에 미치는 요소(2004년 12월 제67권 6호) ③ 간세포암의 부신 전이 시 외과적 치료의 가능성(2006년 5월 제70권 5호)이다. 일부 논문은 부당한 저자 표시, 데이터 오류 등 또 다른 연구윤리 위반 의혹을 함께 받고 있다.
영문 논문들은 시기상 먼저 발표된 국문 논문과 연구 방법, 조사 대상 등이 거의 일치하지만 그에 합당한 출처 표시는 없었다. 연세대 연진위는 2019년 A교수의 논문 중복게재 의혹에 대해 본조사를 진행한 뒤 "국문 논문과 영문 논문의 모든 연구자료와 결과가 거의 일치하나 출처 표시를 안 해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린 전례도 있다.
윤 교수 측은 "중복 출간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최근 원논문인 국문 논문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윤리 위반 소지를 알고도 논문을 중복 게재하고 승진에 활용했다는 의혹은 적극 부인했다. 윤 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는 연세의료원의 최재영 의과학연구처장은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승진 조건이 되는 교수가 학계 발표 논문을 모두 제출하는 건 의무"라며 "(논문을) 활용하고 안 하고는 교수 의지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가 문제의 논문을 골라서 제출한 게 아니라 심사대상 기간에 발표한 논문이라 자동적으로 제출했다는 취지다.
반면, 연세대 관계자는 "승진하려는 교수는 필수 연구업적을 보고서로 직접 정리해 의대 교무과에 제출한다"며 "(논문 업적을) 직접 쓴다는 건 본인 의지로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유사 사안에 징계 전례도
윤 교수 총장직 인수위원회는 중복 게재된 영문 논문들은 연세대에 연구윤리규정이 제정된 2007년 1월 이전에 학술지에 '제출'됐다는 입장이다. 논문 게재 시점은 2007년 3~12월로 규정이 생긴 이후이지만, 투고는 그전에 이뤄졌다는 의미다. 인수위는 또 국문 논문을 영문으로 번역해 다른 학술지에 싣는 것은 당시에 관행이었고, 심지어 2007년 이전에는 권장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논문의 연구윤리 위반 여부는 제출 시기가 아니라 게재 시기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설령 논문 투고 당시에 중복 게재 금지 규정이 없었다고 해도 이후 부정행위로 지목됐다면 논문을 도로 거둬들이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규정이 없었다는 게 부정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연세대 연진위 본조사에서 연구윤리 위반 판정을 받은 A교수 역시 '2007년 이전 투고한 논문이라 2007년 제정된 연구윤리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이의제기했으나, 연진위는 '당시 관련 규정 또는 학계·연구계의 통상적 판단 기준에 따라 연구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한다'며 기각했다. 연세대 연진위는 앞서 2008년에도 2003년 발표 논문(영문)을 이듬해 논문(국문)으로 중복 게재한 B교수에게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학내에서 윤 교수 관련 의혹을 심각하게 여기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교수는 "뒤늦게 국문논문들을 철회한 것 자체가 연구윤리 부정을 사실상 시인하는 걸로 보인다"며 "논문 중복 게재는 (승진을 위한) 실적 부풀리기 행위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학내 총장선임규정을 인용해 "총장 후보의 자격은 윤리적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난달 25일 열린 연세대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신임 총장으로 선임됐다. 교육부 승인 등 남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2월부터 4년간 총장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연진위 조사 결과는 이사회의 총장 인선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