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연 뒤에서 화음 넣고 춤추는 배우
뮤지컬 공연을 할 때 주·조연 배우 뒤에서 화음을 넣고 춤을 추는 '앙상블 배우'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뮤지컬 앙상블 배우 A씨 등 2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간이 대지급금(소액 체당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간이 대지급금 제도는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 임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로, 기업이 도산하거나 폐업하는 경우 공단 신청을 거쳐 활용된다.
A씨 등은 한 공연제작업체와 계약을 맺고 2020년 1월부터 같은해 2월 28일까지 상연되는 뮤지컬 작품에 앙상블 배우로 출연했다. 그러나 업체가 공연 진행 도중 파산하는 바람에 이들은 각각 142만5,000원과 180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근로복지공단에 간이 대지급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앙상블 배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 등은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공단 측은 "원고들이 능력에 따라 오디션에서 선발됐고, 업무 내용에 재량이 있었다"며 예술인 업무 특유의 자율성을 내세워 이들의 근로자성(인적·경제적 종속관계 등)을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등은 독립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기보다, 제작사가 기획한 공연사업에 종속돼 그에 따라 미리 정해진 대가만을 지급받았을 뿐"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연과 연습 일정 등이 사전에 세부적으로 정해져 통보됐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앙상블 배우가 제공하는 연기 노동은 독자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요소가 아니고, 이는 회사에 의해 기획되고 주문된 그대로의 것이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며 A씨 등이 제작사에 종속된 근로자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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