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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들이 치를 떤 '유디 계약서' 보니... "탈퇴하려면 100억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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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들이 치를 떤 '유디 계약서' 보니... "탈퇴하려면 100억 내라"

입력
2023.11.01 04:30
수정
2023.11.26 15: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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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치과 회장의 치밀한 영업 설계]
의료법 개정으로 네트워크 영업 못하자
법인 만들어 각종 수수료·로열티 계약
최대 월 1.5억원 수수료·로열티 요구

치과 진료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국일보 자료사진

치과 진료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값 임플란트'를 내세워 지점만 전국 12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성행했던 유디치과그룹. 유사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생겨날 정도로 사업은 대성공을 거뒀지만, 현재 유디치과에 관여했던 다수 치과의사들은 법적 분쟁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의료법 위반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간 김모 전 회장이 지점 원장들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과거 유디치과 지점 원장들은 치과의사협회의 견제도 필사적으로 물리치며 '유디 모델'을 추종했다. 그러나 유디치과를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의료사업 모델'이라고 평가했던 이들은 김 회장이 설계한 '앵벌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유디치과의 계약서가 어땠기에, 치과의사들이 이렇게 치를 떨면서 계약을 후회하고 있는 걸까.

치과 운영 불법되자 수수료·로열티로 우회

상황을 이해하려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국회는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을 위해 '의료인 1명이 1개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유디치과와 같은 프랜차이즈 병원은 불법이 됐다.

그러나 지배력과 수익을 포기할 수 없었던 김 전 회장 측은 새로운 수익 창출 방법을 도입했다. 당시 계약에 참여했던 치과의사 등에 따르면, 그는 '1인 1개소'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렌탈회사 △기공소 △인테리어 회사 △인력 제공 회사 등 각종 법인을 설립하고, 지점 원장들과 독립적 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각 법인은 모두 김 전 회장이 100% 주주거나 그의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지점 원장들은 매달 매출의 일부, 경영지원서비스 수수료, 브랜드 로열티 등을 김 전 회장 측에 내야 했다. 그 금액은 월 100만 원대부터 1억5,000만 원대까지 지점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전남의 한 지점 원장이었던 A씨는 "고분고분한 원장들은 높은 금액을 냈지만, 달래줄 필요가 있는 원장들은 마음대로 금액을 낮춰줬다"며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는 방편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컨설팅 수수료와 브랜드 사용료는 지점원장들의 각 지점을 적자 상태로 만들기 위해 수시로 상향됐다. 법원은 이를 두고 "치과 구조상 잔여수익이 지점 원장에게 귀속될 수 없도록 각 지점을 적자 상태로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 전 회장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점 수익을 모조리 수수료 등으로 환수하려 한 것이다.

유디 왕국은 아직도 건재

이런 운영은 법 규정을 우회한 불법이었기에, 지난해 3월 지점 원장들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 모델을 설계한 김 전 회장은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는 원장들의 형사 판결이 확정되자 국내 로펌에 수억 원대 운영 자문을 받고 그룹 지배력과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골몰했다. 원장들이 받은 정부 환급금을 돌려달라며 '수금 소송'을 벌인 것도 이때부터였다.


형사 판결에도 김 전 회장의 왕국은 건재하다. 그는 도피 상태에서 지점 원장들과 거액의 영업권 양도·양수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5~10년간 김 전 회장에게 매달 매출액 일정비율을 분납하거나, 수십 억에서 많게는 100억 원대에 이르는 양도대금 전액을 일시에 납부해야만 그룹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하는 내용이었다. 김 전 회장이 지점 원장들의 형사 판결(유디치과를 실질 지배하는 자는 김 전 회장임을 인정)을 근거로 지점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주장하자, 많은 원장들이 이 계약에 순순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의 원장이던 B씨 등은 "유디의 수익이 실상 김 전 회장에게 귀속됐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영업권)까지 인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계약에서 이탈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은 지난해 국내 최대 로펌을 선임해 B씨에게 60억 원대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회장은 "지점 원장들이 계약서를 통해 모두 동의한 내용"이라며 자신은 계약을 이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소장에서 "피고(원장)는 계약서에 직접 서명·날인했고, 이 사건 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됐다"며 "피고의 행위는 영업권 양도대금 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겠다는 '이행거절'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에게 소송을 당한 B씨는 "내가 유죄를 받은 형사 판결을 토대로 한번 더 장사를 하겠다는 건데, 이런 계약이 어디있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 사건 1심 결과는 다음달 15일 나온다.


[‘유디치과’ 관련 반론보도문]

한국일보는 지면과 인터넷 기사를 통해 ‘유디치과’를 개설한 김종훈 전 회장이 의료법 위반으로 수사가 개시되자 미국으로 도피했고, 도피 중에 각 지점 원장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으며, 유디치과에서 탈퇴하기 위해서는 김 전 회장에게 많게는 100억 원대의 양도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영업권 양도·양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디치과와 김 전 회장 측은 “김 전 회장의 미국 이주는 수사가 개시되기 5년 전에 이뤄졌고, 110여개의 유디치과가 운영중인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총 5건이며, 영업권 양도·양수 계약은 지점 탈퇴와 관계없이 진행되어 왔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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