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다게스탄 공항서 반유대 시위대 난동
푸틴·러시아 “우크라가 부추겼다” 주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공항에서 일어난 반(反)이스라엘 시위의 배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다게스탄 공항 시위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특수 정보 요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난동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 다게스탄의 마하치칼라 공항에서는 이스라엘발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수백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입국장과 활주로에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다게스탄이 속한 러시아 북캅카스 지역에 최고 수준의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정부 수장을 인용해 이번 시위 참여를 호소한 텔레그램 채널을 우크라이나 급진 민족주의 단체가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멜리코프 수장은 “그들이 러시아를 뒤흔들려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다게스탄에서는 이 채널뿐 아니라 다양한 SNS를 통해 ‘이스라엘 난민’이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위를 부채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 정부 관계자도 “외부 간섭의 결과”
러시아 정부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주장을 거들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마하치칼라 공항 사건에 대해 “외부 간섭의 결과라는 것은 잘 알려졌고 명백하다”며 “악의적인 사람들이 가자지구의 고통을 이용해 인구 대다수가 무슬림인 다게스탄 사람들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시위를 “외부에서 조율된 도발의 결과”라며 “범죄적인 키이우 정권이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규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중동의 혼란에 대한 책임도 미국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누가 혼란을 만들고 있고,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지는 이미 분명해졌다”며 “미국의 지배 엘리트들과 위성 국가들이 세계 불안정의 주요 수혜자”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푸틴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고전적인 러시아의 수사(표현)”라며 “서구권은 다게스탄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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