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도 "국내 정치 매끄럽지 않은 부분 있어" 직언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는 "사지로 가라는 말" 당내 이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 중진 물갈이론은 물론 친윤석열계 핵심 책임론과 윤 대통령 통치 스타일까지 언급하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일부 당사자들은 불편함을 내비쳤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유지와 외연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당 지도부와 역할 분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남 중진 험지 출마 필요성 언급...윤 대통령에도 직언
인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연일 영남 중진의원 서울 출마, 친윤 핵심 책임론 등을 거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관련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직언도 했다.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나온 메시지여서 구체적인 혁신안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지만 그간 '당정 일체' 기조 속에서 고요했던 당 분위기에 파장을 낳고 있다.
"수직적 당정관계에 면죄부" 반발도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은 당 주류인 영남권의 희생을 강조하며 당내 기선을 제압하는 의미가 있다. 영남 중진으로선 대놓고 반대하면 기득권 지키기 프레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터라 쉽게 반발하기도 어렵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별개 문제다. 그간 수도권 위기론을 앞장서서 주장했던 4선 중진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29일 본보 통화에서 “영남 중진들은 영남권에 특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이 인지도가 높다 해도 단기간에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면서 “당사자들에게는 험지가 아니라 ‘사지로 가라’는 말일 수밖에 없다”고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험지 출마론'은 민심 이반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비치는 측면도 있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만들어진 동기는 당의 체질 개선, 당대표 리더십 개선, 당과 대통령과 관계 개선 아니었느냐"며 "이를 토대로 혁신 방향과 혁신위의 권한과 범위를 명확히 한 뒤 혁신 과제를 내놓는 것이 순서인데 지금처럼 '기승전 영남 물갈이'만 외치는 것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인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당 지도부와 친윤 실세들을 혁신 대상에서 배제하진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인 위원장의 친윤 실세 책임론 언급을 두고 "대통령과 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질책 아니겠느냐"며 "할 말은 했다"고 평가했다.
"지도부 못하는 말 혁신위가 대신 하며 역할 분담"
인 위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당에는 호재로도 볼 수 있다. 대구·경북(TK) 지역 초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하기 어려운 말을 혁신위가 대신 해주면서 역할 분담이 잘 되고 있다"고 봤다. 지지층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지도부는 중심을 잡으면서, 인 위원장이 중도·무당층의 마음을 얻는 외연 확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김경진 전 의원 등 혁신위원 3명과 함께 유가족협의회가 주최하는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도대회에도 참석했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는 불참한 행사다. 혁신위원들은 30일 광주 5·18 민주화 묘역도 참배한다.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사면을 건의한 1호 혁신안을 두고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TK 초선 의원은 "당사자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당은 포용적인 이미지와 명분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홍 시장은 이날도 페이스북에 “혁신의 본질은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 판을 짜야 했는데, 고만고만한 니들끼리 이 난국 돌파가 가능하겠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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