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질 GDP 성장률 0.6%
4분기 0.7% 돼야 연 1.4% 달성
"지정학적 리스크·미 고금리 불안"
7~9월 한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0.6% 성장하며 3분기 연속 0%대 ‘느린 성장’을 이어갔다. 아직까지는 한국은행과 정부 전망 경로대로 가고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미국발 고금리 불안이라는 복병 탓에 연간 성장률 1.4% 달성을 자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이 성장 주도... '불황형' 우려 털었다
26일 한은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고 속보치를 발표했다. 1분기(0.3%), 2분기(0.6%)와 비슷하게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지난해 4분기 역성장(-0.3%)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는 모습이다. 직전 분기와 달리 내수와 수출이 모두 증가해,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 때 나타나는 ‘불황형 성장’ 우려도 털어냈다.
3분기 성장을 주도한 건 수출이었다. 수출은 반도체·기계 등을 중심으로 3.5% 늘어 2분기 0.9% 감소에서 증가세로 반전했다. 수입도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2.6% 증가했는데, 수출 증가율엔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3분기 GDP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여러 지출 항목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분기 0.1% 감소했던 민간 소비도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3% 증가 전환했다. 민간 소비의 GDP 성장률 기여도는 0.2%포인트였다. 정부 소비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사회보장 현물 수혜가 늘면서 0.1% 증가했고, 건설투자도 건물 건설과 토목 건설이 모두 늘어 2.2% 성장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2.7% 감소했다. 올해 계획된 반도체 공장 증설이 마무리됐기 때문인데, 내년엔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4분기 0.7% 성장 필요한데 소비·수입 '불확실'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가 연간 1.4%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술적으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4분기 0.7% 성장이 필요하나,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정보기술(IT)·반도체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 수출 부진을 완화하고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는 점 등이 우리나라 실물과 금융,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경기 전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98.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신 국장은 “카드 사용액과 고용지표는 나쁘지 않지만 물가 부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계속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속도는 완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통관 기준 수출액이 플러스 전환한 만큼 수출은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수입은 국제유가와 동절기 날씨 등 불안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앞지르면 순수출 기여도는 마이너스가 된다. 신 국장도 “원유 등 수입 수요 쪽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4분기 순수출 기여도 플러스가 지속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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