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연속 적자 불구 회복세 뚜렷
AI 서버 주문 쏟아져 HBM 생산량 내년까지 매진
반도체 제조사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개발 경쟁과 함께 시작된 서버 수요의 덕을 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 D램이 생성형 AI를 지탱하는 필수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다. 하이닉스는 자사 HBM의 생산량이 2024년까지 모두 팔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앞으로도 고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26일 공시한 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보면 매출은 9조662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7.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조7,920억 원을 기록해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전 분기에 비하면 매출은 24%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38% 줄어들어 회복세가 뚜렷하다. 금융권에선 내년 1분기 적자 탈출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던 D램이 2분기 만에 적자를 탈출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AI용 메모리로 분류되는 HBM3과 고용량 차세대 D램(DDR5),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 등의 판매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도 출하량이 늘었지만 워낙 재고가 많은 탓에 적자가 이어졌다.
AI 서버 시장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40% 성장
하이닉스는 특히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HBM의 성장세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앞서 지난해 4세대 HBM(HBM3)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올해는 5세대 HBM(HBM3E)을 처음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내년 중 고성능 컴퓨팅의 절대 강자가 된 엔비디아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이날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HBM3뿐 아니라 HBM3E의 내년도 생산 능력이 솔드아웃(매진) 됐고 고객의 추가 수요 논의도 들어오고 있다"면서 "2025년까지 생산 논의를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HBM이 주로 투입되는 AI 서버가 올해 기준 전체 서버의 10% 수준으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너도나도 AI 개발에 뛰어들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고 관측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앞으로 5년 동안 AI 서버 시장이 연평균 40% 이상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낸드플래시 시장 세계 2·4위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 추진 방안에 대해선 "키옥시아에 투자한 자산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연합컨소시엄이 2018년 키옥시아를 인수할 때 3,950억 엔(약 3조6,000억 원)을 투자했다.
그동안 일본 매체들은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사실상 낸드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게 된다는 이유로 하이닉스가 이를 견제한다는 해석을 내기도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담당 부사장은 기밀 유지 계약을 이유로 구체적 사유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주주는 물론 키옥시아를 포함해 모든 이해 관계자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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