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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에 '궁케팅' 성공해야 맛본다… 한옥에서 즐기는 'K디저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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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에 '궁케팅' 성공해야 맛본다… 한옥에서 즐기는 'K디저트' 인기

입력
2023.11.01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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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에 단자까지...2030이 찾는 전통 디저트
기와 아래서 즐기는 디저트 한 상 '인기'

한국의 집에서 선보이는 궁중다과 브랜드 '고호재'의 1인 다과상. 한국의 집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집에서 선보이는 궁중다과 브랜드 '고호재'의 1인 다과상. 한국의 집 홈페이지 캡처

정찬 요리의 끝은 디저트다.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과자와 케이크로 구성된 디저트 코스는 나라를 불문하고 코스 요리의 대미를 장식하는 정석. 한식에서는 다과상이 이를 대체한다. 소반에 담겨 나오는 한국식 다과는 한식 코스 요리의 품격을 높여 주는 디저트이자, 훌륭한 오후 간식이다. 특히 전통적인 정취를 즐길 수 있는 한옥이나 궁궐에서 즐기는 디저트 한 상은 그 자체로 한국식 미감을 깨우는 즐길거리. 한국적인 것이 멋진 것(Korean coolness)으로 추앙받는 지금, 전통 다과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다과의 인기는 매 시즌 되풀이되는 '고호재'의 예약 대란을 보면 알 수 있다. 2020년 7월 한국의 집에서 오픈한 '고호재(古好齋)'는 옛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집이라는 뜻의 궁중 다과점이다. 일 년에 4차례 제철 재료로 빚은 전통 병과를 제공하는데 전통 공간에서 시즌 한정 다과상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휴식기를 거쳐 다시 열린 가을 다과상은 이번에도 일찌감치 마감됐다. 지난달 17일 온라인 예약 사이트가 열리기가 무섭게 이달 30일까지 예약이 차버렸다고 한다. 올해 가을다과상에는 맨드라미 꽃차와 수침 토마토(수정과)와 사과정과, 사과단자, 곶감호두말이, 우병, 복숭아정과, 찹쌀 약과 등 전통병과 6가지가 오른다. 지난달 25일 고호재에 방문해 다과상을 체험한 직장인 김민(36)씨는 "익숙한 단맛이 아니라 재료 본연에서 나온 그윽한 단맛이라 좋았다"며 "계절마다 경험하고 싶은 맛"이라고 했다. 역시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방문에 성공했다는 김씨는 "간혹 예약 취소 자리가 나오니 예약 페이지를 체크하다 보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팁을 남겼다.

고호재가 올해 가을 메뉴로 선보인 사과 정과와 사과 단자.

고호재가 올해 가을 메뉴로 선보인 사과 정과와 사과 단자.

고호재와 비슷한 다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복궁 생과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생과방(生果房)은 궁의 부엌인 '소주방' 정각에 위치한 곳으로,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후식과 별식을 준비하던 주방이다. 한국문화재재단이 2016년 특별 체험행사로 소수 인원에 한해 궁중병과와 약차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시작이었다. 초기엔 쉽게 입장할 수 있었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궁케팅(궁+티케팅)'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조선왕조실록'을 고증한 구선왕도고, 호두정과, 사과정과, 주악, 약과, 매작 등 6가지 병과와 약차를 맛볼 수 있는 데다 궁궐에서 나인 역할을 맡은 직원이 제공하는 이색 서비스를 체험하며 왕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 것.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생과방 방문객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다. 한복을 차려입고 고궁 근처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힙트래디션' 유행을 이끄는 주역들이다. 이들에게 소반에 담긴 다과는 익숙하면서도 흔히 마주할 수 없는 특별한 피사체인 셈이다.

경복궁 생과방에서 제공하는 궁중 다과상 차림.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경복궁 생과방에서 제공하는 궁중 다과상 차림.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한식 디저트 카페나 상점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2017년 문을 연 디저트 카페인 '김씨부인'에서는 떡과 한과로 구성된 1인 소반 차림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익숙한 개성주악이나 약과부터 곶감 호두말이, 조란, 홍옥 등 생소한 다과까지 다채로운 디저트가 등장한다. 병과를 판매하는 상점 '병과점 합'에서는 포슬포슬한 증편과 쫀득한 주악 등 우리 떡을, '강정이 넘치는 집'에선 현대적인 약과와 강정을 개발해 선보인다.

글·사진=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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