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소장 26일 MBC라디오 인터뷰
"사단장, 해병 영결식 때 정치인 의전 몰두"
"생존 해병, 사단장 못 믿어 외부 입원치료"
지난 7월 경북 예천군 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 해병대원 A씨가 전역하자마자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고소한 것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의 임 사단장 행동에 병사들이 굉장히 분노했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채 상병 영결식에) 정치인이 많이 온 가운데 사령관과 임 사단장은 정치인을 의전하기 바빴다고 한다"며 "A씨는 임 사단장 등에 대해 적개심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 '우리 동료는 죽었는데 왜 이러는 건가'라며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 19일 예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급류에 휩쓸렸던 3명 중 한 명으로, 채 상병과 함께 50~80m가량 떠내려가다 구조됐다. 앞서 지난달 13일 A씨의 어머니가 먼저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원래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예정이었던 A씨는 전역하자마자 본인이 직접 임 사단장을 고소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A씨는 전날 군인권센터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저와 제 전우들이 겪을 필요가 없었던 피해와 세상을 떠난 채 상병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고소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임 소장은 "채 상병의 영결식에서 가장 중심이 돼야 하는 건 유족과 그를 추모하기 위한 동료 병사들일 것"이라며 "그런데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생존 병사들에게 '사진을 찍어야 하니 우산을 들어라'라며 경우 없는 짓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 온 기자들이 정치인과 사단장 등을 찍느라 동료 병사들을 밀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군을 믿지 못해 군 내부의 정신적 치료와 상담도 거부했다. 임 소장은 "자신이 진료를 받으면 그 상황이 모두 임 사단장에게 보고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싫어한 것"이라며 "임 사단장은 A씨가 전역하는 날까지 생존 해병들에게 와서 사과하거나 안부를 물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군 내부에서 치료받는 대신) 군인권센터와 상담을 하고 병가 형태로 나와 민간 병동에 입원했다"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정신과에서 약을 계속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A씨와 채 상병 유족이 허심탄회하게 사건 당일의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마련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채 상병 유족과 생존 해병이 모인 자리가) 한 번 있었는데 간부들이 유족과 해병을 밀어 넣어서 어수선했다"며 "유족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가운데 욕받이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 자리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A씨가 이른 시일 내에 어머니와 함께 (채 상병이 안치된) 현충원에 다녀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전날 입장문에서 "곧 수근이를 만나러 현충원을 찾아가볼 생각"이라고 적었다.
끝으로 "향후에도 생존자들이 추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며 A씨 외에 또 다른 생존 해병이 발언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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