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점검업체, 담당 공무원과 사전 모의
제대로 점검도 안 하고 보고서 허위 작성
8명 검찰 송치… 상인들, 市 상대 손배소
지난해 10월 25일 밤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불로 점포 70개를 태우고 3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된 대구시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수 년간 허위 소방ㆍ안전점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 결과 소방ㆍ안전점검 대행업체는 대구시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3년간 일감을 따내고는, 담당 공무원과 짜고 가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은 25일 화재 당시 농수산도매시장 관리사무소 공무원과 소방ㆍ안전점검 대행업체 A사 직원 등 8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이중 1명은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어긴 혐의도 받고 있다.
A사 직원들은 지난해 10월 농수산물 도매시장 화재 직전에 실시한 점검에서 시장 내 각종 소방ㆍ안전시설물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는 문제없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대구시 공무원들은 이런 행위를 지적하기는 커녕 오히려 점검업체 직원들과 사전 공모해 점검 대상 시설물 일부를 처음부터 아예 누락시켰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88년 개장해 시설 노후화와 물류공간 부족으로 철저한 점검이 필요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화재나 안전사고 대비에 무감각했다.
이 같은 안전불감증 탓에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점포 위 천장 스프링클러가 화재 발생 수 개월 전부터 잠겨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화재 때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화나 확산을 늦추지 못하고 좌우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포로 빠르게 번졌다.
소방시설법(제9조 3항)에는 ‘소방시설의 점검ㆍ정비를 위한 폐쇄ㆍ차단은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일시 점검이나 정비를 할 때만 잠가야 한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비를 한다고 스프링클러를 잠가놓고 바로 수리하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 화재 피해 상인들로 구성된 ‘매천시장 화재사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대구시를 상대로 이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한 상인은 68명에 달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가게와 물건이 몽땅 타버려 1억 원 넘게 피해 본 상인들이 많은데 화재피해 보험금은 총 10억 원이 책정돼 1인당 평균 1,000만 원 남짓 돌아간다”며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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