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감지 시스템 현장 대응 훈련 가보니]
인파 몰리자 4단계 구분해 경보 차례로 발령
CCTV 관제요원과 직접 소통 가능한 비상벨
“살려주세요!” “밀지 마! 답답해!” “으악!”
“인파 밀집 심각단계입니다. 안내에 따라 신속히 대피해주세요.”
2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 폭 2m, 길이 15m, 면적 30㎡(약 9평) 남짓한 좁은 골목길이 160여 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앞뒤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시민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바닥에 쓰러지는 부상자도 발생했다. ‘인파감지 시스템’을 통해 상황을 확인한 광진구는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서울시와 경찰, 소방에 위급 상황임을 알렸다. 상황을 공유받고 출동한 경찰은 경광봉과 호루라기를 불며 골목길 진입을 차단했고, 뒤엉켜 있는 시민들을 대로변으로 대피시켰다. 뒤이어 도착한 소방은 쓰러진 시민들을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긴급 후송했다. 상황 발생부터 마무리까지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실제 상황은 아니다. 오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시가 대규모 인파 사고 예방을 위해 진행한 가상 훈련이었다. 서울시는 올해 핼러윈 기간 인공지능(AI) 기술과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인파감지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인데 이에 앞서 실전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밀집도를 자동 계산한다. 단위 면적당 인원수를 자동 측정하는 인파감지 폐쇄회로CCTV에 분석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인파 밀집이 감지되면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ㆍ서울시ㆍ소방ㆍ경찰에 상황을 알려 공유하는 방식이다. 밀집도는 1㎡당 2명은 관심, 2~4명은 주의, 4~6명은 경계, 6명 이상은 심각으로 구분된다. 실제 서울시와 자치구, 경찰, 소방, 대학생 등 총 250여 명이 참여한 이날 훈련에선 골목길에 60명이 모인 ‘주의’ 단계에서 행인이 119에 신고하는 상황을 시작으로 120명(경계), 150명(심각) 등으로 경보 수위를 높였다.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몰릴 때마다 “인파가 감지되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비상벨도 눈에 띄었다. 위급상황 발생 시 시민이 직접 CCTV 관제요원과 소통할 수 있는 벨이다.
서울시는 이 시스템을 지난달부터 송파와 서초, 서대문 3개 구에서 시범 운영했고, 올 연말까지 25개 자치구 71개 지역, 296곳, 909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중 572대는 핼러윈 기간 전에 설치한다. 핼러윈 기간에 홍대와 건대입구, 강남역 등 이태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 인파가 몰리는 ‘풍선 효과’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난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에도 47대를 집중 설치하기로 했다.
이날 훈련을 점검한 오세훈 시장은 “아무리 만전을 기해 준비해도 실제 상황이 되면 훈련한 것처럼 능숙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며 “관련 매뉴얼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을 통해 대비책을 구체화하고, 재난상황에 보다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사전 점검과 유관기관 협의를 강화하는 등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지방안전점검회의에서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면 소용없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재난안전시스템을 구축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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