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의회 심의위 사실상 요식 행위
"심의위, 의회와 독립된 인사로 구성해야"
지방의회의 외유성 국외 출장을 막기 위한 공무국외출장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단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장 목적 등이 불분명해도 심의위에서 대부분 승인해 주고 있어 ‘묻지마 출장’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한국일보 취재 등에 따르면 대구 남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 6명과 공무원 4명 등 10명은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예산 2,115만 원을 들여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의 도시기반시설과 관광사업 등 우수 정책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오사카 도톤보리와 나라현의 나라공원, 도쿄 오다이바 다이바시티, 레인보우브리지 등 대부분 방문지가 오사카 반경 40㎞ 이내 관광명소에 집중됐다.
이번 출장에 앞서 지난달 18일 열린 남구의회 심의위에서 한 위원이 “남구에는 소방서도 없고, 물과 로봇 분야는 대구시 사업이라 방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위원들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사안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두둔하면서 심의를 통과했다.
‘심의위 무용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연례 답습형 해외출장이나 지역 현안과 무관한 여행 등을 막겠다며 2009년 심의위(당시는 심사위) 민간인 비율을 3분의 1에서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고, 의결정족수도 과반에서 3분의 2로 강화했다. 그러나 대부분 심의위에 해당 의회 의원이 포함돼 있어 ‘셀프 심사’가 가능하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회 구의원 11명 등 17명의 연수단은 지난달 5박 8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한 달 전 심의위에서 “자료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관광지도 있다”고 반대 목소리가 있었으나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가결됐다. 경남 양산시의회 시의원들도 지난달 4~14일 8,200여만 원의 예산으로 오스트리아 쇤브룬궁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마차시성당, 체코 프라하 공립화장장, 프라하성 등 동유럽 3개국 총 26곳을 방문했다. 심의위에서 나온 “우리나라는 장례식장이 잘 되어 있어 해외 화장장은 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묵살됐다. 부산 해운대구의회 구의원들도 4월 25일부터 5월 2일까지 1억 원을 들여 스페인 마드리드의 푸에르타델솔광장,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 카탈루냐광장 등을 방문하기 전 심의위를 거쳤다. 심의위 당시 “방문 취지와 효과가 지역 현안과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통과했다.
부산참여연대 공무국외출장시민감시단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부산 16개 구군의회 의원들의 국외출장계획서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모든 기초의회의 출장에 외유성 관광일정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의회 입김이 닿지 않도록 심의위를 시민과 전문가로만 구성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심의위에서 반대의견이 나와도 대부분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다”며 “심의위를 의회와 독립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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