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복통, 상태 호전 안돼
전문병원 이송 직후 숨져
세로, 두리번거리거나 울음소리 내
지난 3월 부모를 잃은 슬픔에 방황하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에게 또 비극이 찾아왔다. 넉 달 전 광주에서 온 여자친구 '코코'가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24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그랜트얼룩말 코코(2022년 5월생)가 지난 16일 오전 6시 10분 숨졌다.
그동안 별다른 특이 증상 없이 건강하게 생활해 오던 코코는 지난 11일 오전 복부가 팽창하고, 제대로 서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났다. 대공원 동물원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달려들어 치료를 진행했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돌봄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대공원 측은 전문가 회의 끝에 경기 이천 소재 말전문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하지만 코코는 16일 새벽 병원에 도착한 직후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사인은 산통에 의한 소결장 폐색 및 괴사였다. 산통은 위장관 운동 이상으로 배 경련 등의 증상에 의한 복통으로, 말에게는 흔한 질병 중 하나다. 말은 해부학적으로 장을 잡아주는 장간막이 발달돼 있지 않아 장이 쉽게 꼬이기 때문이다. 조경욱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수의사)은 "코코에게 평소 관련 증상이 보이지 않았고, 숨지기 전날에도 평상시처럼 방사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동물원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인형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질병 발생 후 최대한 처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 특성상 질병 진행 정도나 수술 등 예측이 어려워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광주광역시 우치공원에서 어린이대공원으로 전입온 코코는,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세로와 함께 '새내기 커플'로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활달한 성격의 세로와, 차분한 성격의 코코는 단계별 친화훈련을 거쳐 지난 7월부터 부쩍 가까워졌다. 주로 실외에서 지내던 세로가, 코코가 온 이후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코코에게 호감을 보여 친구가 됐다고 한다.
갑작스런 코코의 부재에 세로도 슬픔에 잠겼다. 어린이대공원 측에 따르면, 세로는 코코가 사라지자 함께 지내던 공간을 두리번거리거나, 코코를 찾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는 다소 상태가 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손성일 서울어린이대공원 원장은 "향후 동물원 진료 및 사육관리 등을 포함한 더욱 강화된 대책을 세우고, 전문가 동물복지정책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동물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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