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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원 짜장면 부담돼 5000원 김밥으로" 먹거리 물가가 두배 더 뛰었다

입력
2023.10.24 04:30
수정
2023.10.24 07:22
15면
0 0

가구 여윳돈 줄었는데
먹거리 물가 7%대 상승
교통·통신비도 올라 부담

18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점심은 매일 밖에서 먹어야 하는데 짜장면만 해도 한 그릇에 8,000~9,000원 하니까 부담될 수밖에 없죠.”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김모(42)씨는 최근 점심을 먹으러 중국음식점에 들어가려다 문 앞에 놓인 가격표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결국 김씨가 그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은 음식은 분식점에서 파는 5,000원 안팎의 참치김밥이었다. 그는 “하루에 몇 천 원씩 아낀 금액만 모아도 제법 큰돈이 된다”며 “경기가 어려워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급격히 오르니까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가와의 전쟁에 나선 정부 노력에도 ‘서민 물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고물가 부담마저 커지면서 민간 소비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와 세금을 뺀 여윳돈을 말한다.

가구가 소비‧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은 줄었지만,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물가는 같은 기간 고공 행진했다.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의 2분기 물가 상승률은 각각 7.6%, 7.0%였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2%)을 두 배 이상 웃돈다. 먹거리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보다 크다는 뜻이다. 외식 부문의 경우 39개 세부 품목 모두 가격이 뛰었다. 햄버거가 12.3% 상승했고, 이어 피자(11.9%)와 김밥(9.6%), 라면(9.2%) 순이었다. 구내식당 식사비(8.2%)의 상승률도 컸다. 이후에도 외식 물가는 계속 올라 지난달 서울 지역 짜장면 한 그릇 가격(7,069원)은 처음으로 7,000원을 돌파했다.

서울‧부산 등에서 지하철‧버스요금이 줄줄이 오른 가운데 통신비마저 3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해 가구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연초부터 9월까지 통신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올랐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1990년(7.4%) 이후 3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휴대전화 요금과 단말기 가격, 인터넷 요금 등 6개 품목으로 이뤄진 통신 물가는 그간 상승률이 매우 낮은 수준(0%대)로 유지돼 왔다.

그 여파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8월 기준)는 1년 전보다 5.2%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7.1%)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뛴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릴 경우 소비 위축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고금리로 가구의 실질 구매력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내수 위축이 계속될 경우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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