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서울대병원 연구팀, 음주 녹내장 환자 1만3,643명 분석 결과
녹내장(綠內障·glaucoma) 환자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실명할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녹내장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함께 성인 실명의 3대 원인으로 꼽힌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정윤 임상강사)·윤형진 서울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김수환 연구원)·하아늘 제주대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2011년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은 음주자 1만3,643명의 음주 습관 변화 여부에 따른 실명 위험도를 2020년까지 추적 분석한 결과다.
녹내장은 서서히 진행하는 퇴행성 시신경병증으로 주요 실명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안압강하제를 눈에 넣어 질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따라서 안압강하제 투여 외의 치료법에 대한 고민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환자들이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금주나 금연, 운동 중단 또는 증량이 녹내장 경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에 1인 연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8.3L(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달하는 상당한 알코올 소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음주 습관의 변화가 녹내장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은 음주자 1만3,643명을 대상으로 녹내장 진단 후 알코올 섭취 여부에 따라 지속적인 음주자 및 금주자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어 음주량에 따라 △소량 음주자와 △과량 음주자, 주당 음주 빈도에 따라 △저빈도 음주자 △고빈도 음주자로 추가 분류했다. 이후 음주 습관의 변화와 녹내장 환자의 실명 위험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은 1만3,643명의 음주자 중 2,866명은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금주를 결심한 환자는 녹내장 진단 후 음주를 지속한 환자보다 실명 발생 위험도가 37%(조정된 위험비 0.63) 낮았다.
또한 녹내장 진단 후에는 과량 음주뿐만 아니라 소량의 음주도 실명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과량 음주자(주 105g 이상 음주)는 실명 위험이 1.78배 증가했으며, 소량 음주자도 1.52배 증가했다.
특히 실명 위험은 알코올 섭취량뿐만 아니라 섭취 빈도와 관련이 있었다. 금주자와 비교했을 때, 고빈도 음주자(주 4일 이상 음주)의 경우 실명 발생 위험이 2.5배 높았다.
김영국 교수는 “녹내장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술을 줄이거나 끊도록 하는 생활 습관 개선 권고는 녹내장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포괄적인 의료 접근이 중요한 시기에 이번 연구 결과는 생활습관 교정이 만성질환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아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는 환자에게 음주 습관이 있는 경우 금주를 권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JAMA Network Open (IF=13.8)’ 최근 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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