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크데이서 HBM3E 샤인볼트 첫선
삼성전자가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제품 'HBM3E'를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전격 공개했다. '샤인볼트'란 이름이 붙은 HBM3E는 초당 1.2TB(테라바이트) 이상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현재 D램보다 데이터를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만든 반도체다.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1위 업체이지만, 메모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부상한 HBM 분야에선 SK하이닉스를 뒤쫓는 처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경쟁사에 한 발 뒤져있는 만큼, 성능을 끌어올린 제품으로 HBM 시장에서도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포부다.
"HBM3E, UHD 영화 1초에 40편 처리"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메모리 테크데이를 열고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들을 대거 공개했다. 테크데이는 최신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제품, 미래 전략 등을 소개하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연중 최대 행사로, 올해는 전 세계 고객사 관계자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초거대 AI 시대는 업계에 더 큰 도약과 함께 도전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새로운 구조와 소재 도입을 통해 초거대 AI 시대 난제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했다. AI 시대에 맞는 메모리 기술 혁신을 최우선하겠다는 것이다.
공개된 HBM3E는 이 같은 목표에서 개발한 신무기다. HBM3E는 삼성전자가 현재 양산 중인 이른바 4세대 HBM 'HBM3'보다 진화한 5세대 제품에 속한다. 초당 1.15TB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의 HBM3E보다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초당 1.2TB)를 자랑한다. 초고화질(UHD) 영화(용량 30GB 기준) 4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적층된 칩 사이를 연결하는 물질(비전도성 접착 필름·NCF)의 접착성을 높이고 열전도를 개선하는 등의 최적화 작업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고객사들에 HBM3E 샘플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양산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에 양산을 시작한다.
HBM 시장, 연 30%씩 시장 전망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반 D램보다 가격이 5배 정도 비싼 만큼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10%가 넘을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성장성도 크다. HBM 시장 규모는 매년 30% 이상 커져 2028년에는 63억 달러(약 8조5,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해 왔고, 그에 힘입어 메모리 불황 속에서도 올해 주가가 60% 넘게 올랐다. 이런 분위기를 뒤집을 필요가 있는 삼성전자로선 샤인볼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D램 선두 유지를 위한 혁신도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10나노(·10억분의 1m) 이하 D램에 3세대(3D) 신구조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D램을 더 작게 만드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많으니 위로 쌓는 방식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초격차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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