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출신 남성... 지중해 건너 정착
"이참에 강제 추방 강화" 목소리 커져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최근 발생한 총격 사건 범인이 아프리카 튀니지 출신 불법 체류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이 스스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출신이라고 주장했던 터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이슬람 테러리즘 확산’ 우려를 키웠던 이 사건이 이제는 유럽 내 이민·난민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은 강경한 이민 정책 도입의 기폭제로 삼으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범인, '튀니지→이탈리아→스웨덴→벨기에' 불법체류
19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이탈리아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브뤼셀 도심 생크테레트 광장에서 스웨덴인 두 명을 총으로 쏴 죽인 압데살렘 알길라니(45)는 2011년 튀니지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정착했다. 그는 스웨덴으로 건너갔지만, '망명 신청은 처음 발을 디딘 국가에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이탈리아로 추방됐다. 이후 벨기에로 옮겨 2019년 망명 신청을 했으나, 이때도 추방 명령을 받았다. EU 현행법상 망명 신청이 불허되면 30일 이내 출국해야 하는데, 그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잠적했다. 알길라니는 총격 범행 이튿날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벨기에에서는 총격 사건 범인이 '불법체류 난민'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허술한 보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벨기에 정보당국은 2016년 이탈리아로부터 "알길라니를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분류했다"는 정보를 전달받았음에도 그를 감시 대상에 추가하지 않았다. 또, 알길라니가 추방 명령 뒤 잠적한 탓에 추방 통지서도 전달하지 못했지만 그를 추적하지도 않았다.
EU 법률상 추방 명령은 강제 집행이 아니라 자발적 이행에 맡겨진다. '추적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게 벨기에 정부 설명이다. 지난해 벨기에에서 추방 명령을 받은 이는 2만5,292명이고, 이들 중 명령을 이행한 사람은 5,497명뿐이다. 현재 벨기에 내 불법 체류자는 15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방 엄격히 해야"... 입법 기폭제로 삼는 EU
이 사건은 유럽 난민 정책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8일 브뤼셀에서 열린 총격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현재는 출국 명령 이행이 개인의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U가 도입을 추진 중인 신규 이민·난민 정책에 '추방 명령 이후 12주 내에 본국 송환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입법 절차를 서두르자는 주장이다.
유럽 내 국경 이동을 자유롭게 한 솅겐 조약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범인이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등 최소 3개국을 넘나드는 동안 아무런 제지도 안 받았기 때문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우리가 EU 외부 국경을 잘 보호하지 않으면 내부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중동 정세 불안에 유럽 안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중동발 난민 통로인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을 21일부터 열흘간 닫기로 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솅겐 조약 중단이 불가피하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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