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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결같이 59kg 유지 '마루의 신' 김한솔 "끝물이요? 올림픽 메달은 따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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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결같이 59kg 유지 '마루의 신' 김한솔 "끝물이요? 올림픽 메달은 따야죠"

입력
2023.10.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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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체조 유일한 金 김한솔]
팔 부상 딛고 기계체조 마루 2연패 달성
"500g만 쪄도 몸 무거워 늘 59㎏ 유지"
내년 파리올림픽 위해 결국 수술대 올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 마루에서 우승한 김한솔 선수가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민식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 마루에서 우승한 김한솔 선수가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민식 기자

“끝물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아무래도 세월은 못 이기죠. 한 살씩 나이 먹을 때마다 확실히 더 버거워지기는 해요. 그래도 올림픽 메달은 따야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마루에서 금메달을 딴 김한솔(27ㆍ서울시청)을 11일 만나 “체조 선수치고는 나이가 많지 않느냐”고 ‘돌직구’를 날리자 돌아온 대답이다. 기계체조 선수들의 전성기가 일반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고령(?)’인데도 좋은 성적을 낸 점이 궁금해 물은 것이었다. 어쩌면 다소 기분 나쁠 법한 질문이기도 했지만, 김한솔은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셀프 디스’했다. 10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졌다.

사실 이번 금메달은 1년 넘게 그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혀 온 왼팔 통증을 떨쳐낸 값진 성과다. 부상을 딛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뤘다. 체조 강국으로 통하는 중국과 일본 틈바구니에서 이번 대회 한국 체조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기기도 했다. 김한솔은 결국 23일 수술대에 오른다. 이번 수술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의미를 지닌다. 내년 파리올림픽이라는 더 큰 무대를 위한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메달은 있지만 올림픽 메달만 없어 꼭 입상하고 싶다”며 조기 복귀를 다짐했다.

-아시안게임 2연패 축하 드립니다. 체조 종목에서 유일한 금메달이네요.

“저도 정말 기분이 좋아요. 국민 여러분들 응원이 큰 힘이 됐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좋아하셨겠어요.

“결승을 마치고 보니 경기 전 부모님께 메시지가 와 있었더라고요. ‘2연패 부담에 너무 떨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고, 항상 좋은 생각만 가지라’는 말씀이셨어요. 저도 긍정적인 편이라서 경기가 잘 안 풀려도 잘했던 것만 최대한 생각하면서 임해요. 연기 순서도 선수들이 부담을 느껴 꺼리는 1번이었는데, 김대은 감독님이 오히려 ‘연기 잘 마무리하고, 뒤이어 다른 나라 선수들 기를 죽일 수 있으니까 기회’라고 힘을 불어넣어 주셨어요. 그래서 더 자신 있게 연기했죠. 착지도 잘 마무리했고요. 정말로 중국 등 다른 나라 선수들이 저보다 더 잘하려고 난도 높은 연기에 도전하다 실수하더라고요. 전략이 적중한 셈이죠.”

"부상으로 팔 펼 때마다 아파"

김한솔이 9월 28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기계체조 마루 결선에서 연기를 하며 바닥을 짚은 채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김한솔이 9월 28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기계체조 마루 결선에서 연기를 하며 바닥을 짚은 채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부상도 이겨냈어요. 경기할 때는 많이 아팠을 텐데요.

“네. 지난해 10월쯤부터 왼쪽 팔이 아팠어요. 손으로 짚는 동작을 할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죠. 팔을 펴면 뼈끼리 부딪혀서 아팠던 거에요. 진통제와 소염제를 먹어도 소용없더라고요. 한국에서 훈련할 때는 통증을 완화해주는 주사도 엄청 많이 맞았어요. 그런데 막상 경기에 나가면 긴장돼 그런지 연기할 때는 잠시 통증을 잊었어요. 연기 끝나니 다시 아프더라고요.(웃음)”

-어떻게 그 몸 상태로 금메달을 땄나요.

“왼쪽 팔 이두부터 손목까지 붕대를 칭칭 감고 연기했어요. 뼛조각을 빼내고,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큰 대회를 앞두고 그렇게 할 수는 없었고요. 지금은 더 악화한 상태에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전국체전 끝난 뒤인 23일 수술하기로 했어요. 내년에는 올림픽도 있어 (부상을 치료하지 않은 채) 운동할 수도 없고요. 감독님도 ‘수술이 먼저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김한솔은 부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 직후 전남에서 열린 전국체전 출전을 강행했다. 꾸준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소속팀을 위해서였다. 그는 “(수술 전) 마지막 대회라 한 번만 더 참고 했다”고 말했다.

-체조 선수로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에요.

“음…. 말줄임표 끝물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아무래도 세월은 못 이긴다는 말처럼, 저도 조금씩 힘들어지네요. 체조는 ‘몸을 이겨내야 하는 운동’이라고 하는데, 1년이 지날 때마다 확실히 버거워지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조금 더 몸 관리 잘 하면 30대 초반까지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본의 체조 스타 우치무라 고헤이도 서른 두 살의 나이에 재작년 도쿄올림픽에 출전 했었거든요.”

김한솔이 언급한 우치무라는 1989년생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코로나19로 1년 연기)까지 올림픽에 4회 연속 출전해 7개 메달(금3, 은4)을 거머쥔 ‘전설’이다. 특히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6연패(2009~2015년ㆍ2012년 미개최)와 44년 만에 올림픽 개인종합 2연패(2012년ㆍ2016년)라는 업적을 이뤄 현역시절 세계 최고의 기계체조 선수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다녔다. 우치무라는 자국에서 열린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2022년 1월 은퇴했다. 나이를 이겨낸 체조 선수는 또 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우즈베키스탄 여자 기계체조 선수 옥사나 추소비티나(48)다. 모두 김한솔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는 선수들이다.

500g만 쪄도 몸 무거워 59㎏ 유지

김한솔(서울)이 17일 전남 영암군 삼호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체조 남자일반부 종합경기에서 마루 경기를 하고 있다. 영암=뉴시스

김한솔(서울)이 17일 전남 영암군 삼호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체조 남자일반부 종합경기에서 마루 경기를 하고 있다. 영암=뉴시스

-자기 관리를 잘 하나봐요.

“고등학교 때부터 엄격하게 체중을 관리하고 있어요. 체조에 체급이 있지는 않지만, 신경 써서 항상 59㎏을 유지해요. 500g만 쪄도 운동할 때 몸이 무겁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거든요. 근력을 유지하면서도 지방이나 체지방은 많이 빠지도록, 먹으면서 훈련을 소화합니다.”

-그래도 큰 대회가 끝났으면 잠깐 ‘일탈’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항저우에서 귀국한 토요일(9월 30일)에 바로 친구와 고기 먹으러 갔어요. 많이는 안 먹고, 딱 1인분씩만 먹었어요. (웃음) 전국체전도 출전해야 해서요. 하루 쉬고 월요일(10월 2일)부터 다시 운동하러 나가야 했거든요. 많이 먹으면 거의 운동 못해요. 체조선수들은 대부분 점심은 건너 뛰어요.”

이번 아시안게임은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 기간과 겹쳤다. 한국은 1군을 세계선수권대회에 보냈는데, 김한솔은 1군 실력을 갖췄지만 부상으로 무리하지 않는 대신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김한솔이 빠진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14위에 그쳐, 상위 12개국(전년도 세계선수권 1~3위 포함)에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내년 시즌 월드컵 대회에 출전해 선수들이 종목별 티켓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올림픽 메달만 없어, 파리서 꼭 입상"

김한솔이 9월 28일 중국 항저우 황롱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마루운동 시상식에서 중국 장보헝(은메달), 린차오판(동메달)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항저우=뉴스1

김한솔이 9월 28일 중국 항저우 황롱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마루운동 시상식에서 중국 장보헝(은메달), 린차오판(동메달)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항저우=뉴스1

-올림픽 출전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어요. 단체전에 출전하면 국가당 5명이 뛸 수 있는데, 그게 어려워져 이제 선수 개인이 성적을 내 출전 자격을 얻어야 해요. 최대 3명까지만 가능해요. 그래서 내년 2월 시즌이 개막하면 잇따라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 출전해 종목별로 좋은 성적을 내야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어요. 2월부터 대회에 출전하려면 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도 해요. 운동 못하는 기간 동안에는 체력도 저하되니까,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려면 빠듯하긴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네요. 수술 후 복귀하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의료진이 3, 4개월 정도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운동 선수니까 조금 더 재활에 전념해 한두 달 정도 앞당겨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2016년 리우올림픽, 2021년 도쿄올림픽 두 차례 출전했는데 아직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네요.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일단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무조건 따는게 우선이고, 올림픽에서 입상하는 게 최종 목표에요. 유니버시아드,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수많은 국제대회) 메달이 있는데, 올림픽 메달만 없거든요. 이번엔 꼭 동메달이라도 따고 싶어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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