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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병원 대학살'에 아랍권 분노 폭발... 전쟁, 더 격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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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병원 대학살'에 아랍권 분노 폭발... 전쟁, 더 격랑으로

입력
2023.10.18 20:40
수정
2023.10.19 01:05
1면
0 0

팔 당국 "병원 폭발로 471명 사망" 발표
이스라엘, 책임 부인... "테러리스트 소행"
바이든·네타냐후 만났지만 4자 회담 무산
아랍 국가들 '격앙'... 확전 우려 더욱 고조
바이든 "테러그룹 로켓 오발로 병원 폭발"
이스라엘 "가자 남부 구호물자 제공 허용"

17일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부상을 당한 주민들이 울먹이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17일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부상을 당한 주민들이 울먹이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17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이 모인 병원에 대한 공격에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로 규정했고, 이스라엘은 전면 부인했다. 아랍권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은 연기될 가능성이 크지만, 중동 정세는 돌파구 없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부터 중동에서 전쟁 중재 외교를 펼 예정이었으나, 아랍권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그는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병원 참사는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여성·어린이 대거 희생... 이·팔 책임 공방

18일 AFP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중심부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전날 오후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471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수백 명이 숨졌다"고 추산했다. 2007년 하마스의 가자지구 장악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라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사망자에는 환자와 의료진, 피란민이 뒤섞여 있다.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로, 시신이 크게 훼손된 경우가 많았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의료진은 붕괴된 건물 잔해 옆에서 부상자 치료와 수술을 이어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런 충격적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폭발 원인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공습이 낳은 끔찍한 학살"이라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다른 무장 단체 이슬라믹지하드의 로켓 오폭 결과라고 맞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야만적 테러리스트들 소행"이라고 밝혔다. 양측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데다, 참사 현장을 조사할 주체도 없어 폭발 원인은 당분간 규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랍권 분노 폭발... 이스라엘 전선 중대 기로

17일 알아흘리 아랍 병원 폭격으로 부상당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모습.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듯한 한 여성(가운데)이 가슴에 손을 얹고 울부짖고 있다. 가자시티=AP 뉴시스

17일 알아흘리 아랍 병원 폭격으로 부상당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모습.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듯한 한 여성(가운데)이 가슴에 손을 얹고 울부짖고 있다. 가자시티=AP 뉴시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더 격화할 공산이 크다. 일단 가자지구 봉쇄 및 보복 공습으로 인도주의 위기를 부른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들끓고 있다. 하마스와 거리를 둬 왔던 아랍권조차 격앙된 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나선 만큼, 중동 전역으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17, 18일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선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잇따랐다. 미국 CNN방송은 "병원 폭발 참사 여파로 이미 식량과 연료가 끊겨 신음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하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도 무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만난 바이든... "이스라엘 방어 보장"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행 4~5시간 전쯤 발생한 이번 참사는 그의 외교전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뒤 요르단으로 이동해 우호국(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이집트) 정상들과 4자 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요르단 정부는 회담 취소를 통보한 뒤, "(참사는) 이스라엘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과 마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포옹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18일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과 마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포옹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확전도 억지하는 외교 성과를 거두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어그러졌다. 알자지라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미국의 입지가 점점 더 불안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공항에 마중 나간 네타냐후 총리와 포옹하며 '굳건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각료들과 회담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병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한 뒤,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들이 잘못 발사한 로켓의 결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 줬다. 이어 "미국은 이스라엘이 방어에 필요한 모든 걸 갖출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면서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중동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집트를 통한 가자지구 남부 구호 물자 제공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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