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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가락으로 중력과 싸우는 '거미소녀'… 치킨도 마다한 서채현의 자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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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가락으로 중력과 싸우는 '거미소녀'… 치킨도 마다한 서채현의 자기관리

입력
2023.10.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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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은 서채현]
비로 결선 못 뛰고 준결선 순위로 2위 아쉬움
지구력과 손가락 힘 유지 위해 체중관리 철저
도쿄올림픽 8위 아픔, 내년 파리에서 씻을 것

서채현(왼쪽)이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커차오 양산 스포츠클라이밍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사싱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아버지 서종국 감독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오싱(중국)=연합뉴스

서채현(왼쪽)이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커차오 양산 스포츠클라이밍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사싱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아버지 서종국 감독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오싱(중국)=연합뉴스

“시상대에 오른 세 선수 모두 메달을 획득했지만, 결승전도 안 치르고 메달을 받는 이런 방식은 원치 않았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서채현(19)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부(콤바인) 결승전이 끝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상식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당일 비가 많이 내려 결국 결선 경기가 취소됐고, 대회 규정에 따라 준결선 성적(금메달 일본의 모리 아이, 은메달 서채현, 동메달 중국의 장웨퉁)으로 순위를 가렸는데 본인만 아쉬워 한 건 아니었단 얘기다. 그는 “우리 3명은 유스 대회 때부터 알고 지내 모두 친한데 결선 무대를 뛰지 못한 것에 모두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은메달도 충분히 값진 결과물이다. 서채현의 아버지이자 지도자이기도 한 서종국 국가대표 감독은 “(채현이가) 치킨을 아주 좋아하는데, 1마리 주문하면 3조각 밖에 안 먹는다”며 “대회 출전 지원비로 나오는 하루 식비 3만 원을 다 못 쓸 정도”라고 전했다. 그만큼 경기를 앞두고는 체중관리에 철저하다는 의미다. 암벽에 매달린 채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 종목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안타깝기도 하다. 10일 서채현을 만나 ‘아시안게임 뒷얘기’를 들었다. 서 감독과는 16일에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SNS에 “메달을 딴 세 명 모두 이런 방식(의 메달 획득)은 원치 않는다”고 썼더라고요.

“무조건 금메달을 딴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결선 무대를 즐겨보고 싶었어요. 세 선수 모두 동갑이고,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이라 결선 루트에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모두 결선 무대를 못 뛴 아쉬움이 컸어요. 모든 경기 일정 종료 후에도 결선 루트는 나와서 보기만 했네요. 경기장이 야외이고, 계속 비가 와서 나중에도 도전해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입상자 모두 결승전 못 뛰어 아쉬워 해... 우승한 일본 선수와 종이접기하며 놀아”

서채현 인스타그램 캡처

서채현 인스타그램 캡처

-세 선수가 동갑 친구인가요.
“네. 셋 다 유스 대회 출전하면서 알게 돼 그때부터 라이벌이기도 했고, 국제대회 나가면서 처음 사귄 친구들이라 원래 친해요. 경기할 때 궁금한 점을 서로 물어보고, 주어진 루트를 (어떻게 완등할 지) 자신이 생각하는 풀이 방식을 나누기도 하죠. 클라이밍 종목 자체가 서로 그렇게 공유하는 문화이기도 해서, 대부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해주더라고요.”

-그럼 비로 경기가 지연될 때는 대기장에서 뭐 하면서 시간 보냈나요.

“이것저것 하고 놀았어요. 자신의 소속팀 배지와 목걸이 등을 서로 교환하고, 또 일본 모리가 종이를 가져와서 종이접기도 했어요.(웃음)”

-곁에서 지켜보신 아버지는 경기 결과를 보고 뭐라 말씀하시던가요.

“아버지도 비로 경기가 취소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준결선 때 워낙 잘했고,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해서 결선을 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셨던 거죠. 끝나고 나서는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걸 아셨는지, ‘아빠는 네가 금메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경기할 때 위기는 없었나요.

“준비가 잘 됐는지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또 아시아권에선 한중일 세 국가와 그 외 선수들과 실력 차이가 좀 있거든요. 아시안게임에서 세계대회처럼 너무 어렵게 출제하면 0점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 선수들도 있어 예선은 난도를 조절한 것 같아요. 준결선도 월드컵처럼 어려운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결선은 확실히 좀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고, 예정대로 치렀다면 제가 유리했을 거라 생각했죠. 아무래도 난도를 높여야 하니까, 손으로 잡는 인공구조물인 ’홀드’ 간 거리를 더 벌릴 테고, 그러면 동률이었던 일본 모리보다 제가 키가 조금 더 크고, 근력도 더 강한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치킨 한마리 시키면 세 조각만 먹어... 엄격 관리”

7일 중국 사오싱 커차오 양산 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준결승에서 한국 서채현이 볼더링 문제를 등반하고 있다. 사오싱(중국)=연합뉴스

7일 중국 사오싱 커차오 양산 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준결승에서 한국 서채현이 볼더링 문제를 등반하고 있다. 사오싱(중국)=연합뉴스

-가냘프고 조그만 체구로 어떻게 어려운 루트를 잘 오르는 지 궁금해요.

“다른 선수들처럼 체중 조절에 많이 신경 써요. 오래 매달려야 하는 클라이밍은 무조건 근력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몸무게를 가볍게 유지하는 게 지구력에 좋거든요. 손가락힘도 마찬가지고요.”

서재현은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전국체전에도 참가해 두 종목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서재현의 아버지이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서종국 감독에게 딸이 얼마나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아침엔 삼각김밥, 경기 마치고 점심에는 도시락, 저녁에는 내일 경기 때문에 간단히 먹는 정도에요. 대회 출전했을 때 각 시도협회에서 선수 1인당 식비로 하루 3만 원이 지원되거든요.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세끼 다 먹으려면 지원비가 모자랄 텐데 그걸 다 못 썼어요.”

서 감독은 클라이밍 여자 선수가 통계적으로 160㎝전후 선수가 많은데, 163㎝로 조금 큰 편인 서채현이 체중이 늘어나면 근력을 키울 수 있겠지만, 지구력이 떨어지는 점도 언급했다.

“클라이밍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국내외 대회가 열려서, 체급 종목처럼 체중을 뺐다 늘렸다 하기 보다는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도 해요. 평소에도 좋아하는 치킨 한 마리 주문하면 세 조각만 먹어요.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한 종목입니다.”


“내달 올림픽 티켓 획득에 사활... 내년 파리에선 꼭 메달 딸 것”

서채현(오른쪽)이 2021년 7월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부 경기를 마친 뒤 대회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채현(오른쪽)이 2021년 7월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부 경기를 마친 뒤 대회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코로나19로 1년 늦게 개최)은 서채현에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예선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8위에 그쳤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그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은 스피드(15m 빨리 오르기)와 볼더링(로프 없이 5분 안에 4개 루트를 적은 시도로 많이 완등하기), 리드(15m 암벽을 6분 안에 높이 오르기)의 세 종목 순위를 곱한 포인트로 순위를 정했다. 낮을수록 순위가 높다. 그러나 내년 파리올림픽에서는 서채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인 스피드가 빠지고 볼더링과 리드 점수만 합산해 승부를 가린다. 서채현에게 좋은 기회인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내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궁금해요.

“다음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대륙별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해요. 그 대회에서 남녀 1위에게만 올림픽 티켓이 주어집니다. 우리나라 여자 선수 중에는 김자인 선배님과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출전했던 사솔, 그리고 제가 참가해요. 일단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이후에는 파리 올림픽만 바라보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겠죠. (아쉽게 메달을 놓쳤던) 도쿄올림픽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서 감독도 “다음 달 올림픽 예선전에 사활을 걸 것”이라며 “서채현의 기량은 이미 성숙돼 있다. 부족한 손가락힘이나 정신력을 강화해 다음 올림픽에선 충분히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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