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흘러들어온 뭉칫돈만 100조 원
만기 도래하자 '연 10~12% 특판'까지
금융당국 "출혈경쟁 자제하라" 관리 나서
지난해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사태가 촉발한 금융권 수신 경쟁 여파가 1년 만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100조 원 규모 예·적금의 만기가 도래하자 급격한 자금 이탈을 우려한 2금융권은 고금리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1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79개 저축은행 정기예금(만기 12개월) 최고금리는 연 4.65%, 평균금리는 4.24%다. 올해 2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은저축은행이 연 4.65%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내놨으며, 더블저축은행(연 4.61%), CK·동양·머스트삼일 저축은행(연 4.6%) 등도 비슷한 수준의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적금 상품의 경우 오투·청주저축은행이 연 5%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상호금융권도 고금리 특판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강원 지역 한 새마을금고 지점이 내놓은 연 9% 금리 특판 상품은 나온 지 하루 만에 소진됐고, 연 10~12% 정기적금 금리를 내건 지점까지 나왔다. 신협 일부 지점도 납입 한도 없는 연 5~6% 금리의 1년 만기 적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금융권 중심으로 최근 고금리 상품이 쏟아지는 이유는 지난해 10월부터 출시된 고금리 상품 만기가 속속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금융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 대신 수신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했다. 은행권이 수신 금리를 연 4~5%대로 올리자 저축은행업계는 연 6%대 예금 상품을 팔았고, 상호금융권도 연 7~8%대 상품을 내놓는 연쇄 반응이 이어졌다. 약 3개월간 이렇게 금융권으로 빨려 들어간 뭉칫돈만 100조 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재유치하기 위해 다시 '수신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리 출혈 경쟁을 자제하라"며 관리에 나섰다. 과도한 수신 금리 인상은 금융사 수익성을 악화할 뿐 아니라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위기설이 커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이어 과도한 수신 금리 경쟁이 금융권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제한을 없애고, 애초 내년부터 100%로 정상화하려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내년 6월까지 현행 비율(95%)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만큼의 극심한 고금리 경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 9년 만의 적자라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은 저축은행업계는 과도한 출혈 경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 금융협회 등과 함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열고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자본시장 불안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 방지를 위해 추진하는 규제 유연화 조치들이 금융사의 자산·외형 확대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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