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원자재 가격
고환율에 수입물가 가중
손쓸 수 없는 대외 변수에
한국 경제 성장 위축 우려
고물가 공포가 다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마저 확전 양상으로 번지자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고물가 부담 완화책을 내놨으나, 고물가 원인이 모두 정부 입김이 닿지 않는 외부 요인이라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 양상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등락하는 등 세계 경제의 고물가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됐다”고 말했다.
실제 무력 충돌 이후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원자재·금융시장은 시차를 두고 분쟁 여파가 반영되면서 요동치고 있다. 13일 5% 이상 급등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6일(현지시간) 전거래일보다 1.03달러(1.07%) 내린 배럴당 86.66달러에 거래됐다. 90달러를 웃돌던 브렌트유도 하락(-1.4%)하며 89.6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할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됐으나,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며 석유 공급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최근 이란 참전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길 것으로 봤다. 내년 세계 물가 상승률을 1.2%포인트 끌어올리고, 세계 경제 성장률은 1%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동 분쟁을 “세계 경제에 드리운 새로운 먹구름”이라고 평했다.
다른 원자재 값도 치솟고 있다. 철강 산업에 쓰이는 연료탄 가격은 연초보다 20% 이상 올랐다. 석유화학산업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값은 하반기 들어 상승 전환한 뒤 지난달엔 연고점 수준(톤당 720달러 안팎)까지 뛰었다.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 장기화 우려에 따른 고환율로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커지는 고물가 부담에 맞설 정부 카드는 마땅치 않다. 이날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대책이 배추 집중 공급과 천일염 1,000톤 50% 할인 제공, 망고‧탈지분유 할당관세 추진 등에 그친 이유다. 추 부총리는 “업계는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효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를 압박하는 형국이라 정부가 비용 충격을 줄이기 위해 쓸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확전될 경우 국내 경제 성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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