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로 전세보증금 146억 원 빼돌린 공인중개사 일당 기소

"자금 한계 부딪혀 서민에게 막대한 피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에서 피해자 지원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2년간 146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무자본 갭투자는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주택 매매가보다 높게 책정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다른 주택을 사들여 차익을 챙기는 수법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홍완희)는 13일 공인중개사 김모(39)씨와 중개보조원 신모(38)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 양천구와 인천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73명으로부터 146억 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거래 대상 빌라와 임차인을 물색하고, 신씨는 매수인 및 임대인 명의를 제공하기로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실제 매매대금보다 더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자기 자본 없이 빌라를 사들인 뒤 차액 일부를 가져가는 등의 수법으로 2년간 주택 563채를 보유했다. 그러나 돌려막기식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해져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서민들의 평온한 삶을 위협하는 전세 사기 범행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