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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등반가가 겪은 조난-사투의 127시간

입력
2023.10.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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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애런 랠스턴

미국 콜로라도 애스펀 인근 산을 등반하는 2009년의 애런 랠스턴. 등반에 적합하게 만든 오른손 의수가 보인다. 위키피디아

미국 콜로라도 애스펀 인근 산을 등반하는 2009년의 애런 랠스턴. 등반에 적합하게 만든 오른손 의수가 보인다. 위키피디아

미국인 등반가 애런 랠스턴(Aron Ralston, 1975.10.27~)은 2003년 4월 유타주 블루존 협곡 등반에 나섰다. 대학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인텔사에서 근무하던 중 5년 차에 ‘번아웃’ 증상을 겪곤 곧장 사표를 내고 오랜 꿈이던 콜로라도 1만4,000피트(약 4,270m)급 고봉 59개 동계 단독등반에 나선 그였다. 혼자 안전장비 없이 암벽을 오르는 프리솔로 등반, 급류 래프팅 등 극한 스포츠를 즐기며 자신만만했던 그는 그날도 휴대폰 없이 혼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산행을 시작했다.

좁은 협곡을 내려오던 중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지면서 오른팔이 협곡과 바위 사이에 짓이겨지며 껴버렸다. 그는 협곡 중턱에 매달려 물 350㎖와 부리토 2개로 만 닷새를 버텼다. 부상 통증에다 영하의 밤 추위, 탈수로 인한 환각증상까지 견디던 끝에 그는 혈류가 차단되면서 부패하기 시작한 오른팔을 스스로 잘랐다. 손전등을 사며 사은품으로 받은 싸구려 만능칼의 5cm 칼날과 작은 펜치로 먼저 살을 자르고 제 몸을 이용한 지렛대 원리로 뼈를 부러뜨리고, 스틱 등으로 지혈대를 만들어 출혈을 억제했다. 그 몸으로 바닥까지 약 20m를 하강, 네덜란드 여행자들을 만날 때까지 9.7km를 걸었다. 구조 당시 몸에는 피가 75%밖에 남지 않았고 몸무게는 18kg이 줄어 있었다. 의료진은 만일 그가 팔을 더 일찍 잘랐더라면 과다출혈로 숨졌으리라 추정했다.

자서전(‘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 ‘127 Hours(2011)’도 만들어졌다. 가디언은 다큐를 방불케 하는 영화 시사회에서 일부 관객이 졸도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사고 전보다 훨씬 겸손해진 랠스턴은 지금도 중단된 꿈-등반-을 하나씩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의수를 단 사고 후의 자신이 이전보다 더 나은 등반가라고 자부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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