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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직원 114명, 고객 1552명 몰래 증권계좌 불법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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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직원 114명, 고객 1552명 몰래 증권계좌 불법개설

입력
2023.10.12 16:37
수정
2023.10.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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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신청 자료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계좌 개설 사실 모르게 연락처도 바꿔
금융당국 "금융실명법 위반...조치할 것"

7월 대구은행 본관 전경. 연합뉴스

7월 대구은행 본관 전경. 연합뉴스

대구은행에서 발생한 고객 명의 도용 사건에 연루된 은행원이 1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은행원이 실적을 쌓기 위해 명의를 도용한 고객 수도 1,500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면서 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전환도 불투명해졌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의 고객 명의 도용 사건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2021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 은행 영업점 56곳에서 고객 몰래 증권계좌 1,662건이 개설됐다. 6월 말 기준 대구은행 전체 지점(출장소 포함)이 202곳임을 감안하면 영업점 4곳 중 1곳(약 28%)에서 불법이 발생할 정도로 명의 도용이 만연했다는 얘기다.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은행원은 114명에 달했고, 이들이 이름을 도용한 고객은 1,552명이었다.

적발된 은행원들은 고객의 증권계좌개설신청서를 위조했다. 고객이 직접 전자서명한 계좌개설신청서를 최종 처리하기 전에 사본을 출력하고, 애초 고객이 선택한 증권사명이나 증권계좌 종류를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다른 증권사 계좌신청서로 둔갑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원 7명은 고객이 증권계좌 개설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연락처를 허위로 바꿔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은행 증권계좌개설신청서에 기재됐던 '키움증권' 체크박스가 수정테이프로 지워지고 '한국투자증권' 체크박스가 임의로 기재된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대구은행 증권계좌개설신청서에 기재됐던 '키움증권' 체크박스가 수정테이프로 지워지고 '한국투자증권' 체크박스가 임의로 기재된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은행원들이 이 같은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이유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 비이자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증권계좌 개설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와 직원 개인실적에 반영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개설실적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전체 불법개설 계좌 1,662건의 90.5%가 작년에 발생한 배경이다.

은행의 내부통제는 유명무실했다. 실제 대구은행은 증권계좌 개설과 관련해 별도 업무처리 절차 자체가 없었다. 게다가 고객이 전자서명한 신청서류가 출력돼 다른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는 데 사용하는 것도 용인했다. 한 고객이 하나의 전자서명으로 두 개 이상의 계좌가 개설됐는데 사후 확인하는 과정도 없었다.

많은 은행원이 가담한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대구은행이 추진했던 시중은행 전환도 불투명해졌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구은행의 각종 비위 행위를 고려해 시중은행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시중은행 전환) 심사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답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6월 말 증권계좌 임의개설 민원이 접수돼 7월 12일부터 자체 검사를 실시했으나 8월 9일 금감원 검사 착수 때까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며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지체 없이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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