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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골딘 교수가 남녀 임금차 '압도적 1위' 한국에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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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골딘 교수가 남녀 임금차 '압도적 1위' 한국에 주는 메시지

입력
2023.10.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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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졸여성 고용상태·소득 100년 역사 분석
‘출산 후 여성 손해 보는 현실’ 데이터로 입증
“일 가정 양립 가능하게 일터 변해야" 제언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로 골딘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로 골딘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9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77)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녀 임금 격차’ 연구의 선구자다. ‘양육을 위해 여성이 내조하는’ 현실을 숫자와 데이터로 입증했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다. 골딘 교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계기로 그의 이론과 한국 남녀 차별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아이를 낳는 순간 여성의 커리어는 타격을 받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를 낳는 순간 여성의 커리어는 타격을 받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남녀 차별 사라졌다? '아이 낳으면' 시작된다

10일 학계에 따르면 골딘 교수는 ‘미국 대졸 여성’ 100년 역사를 샅샅이 분석해 여성의 고용 상태와 소득을 파헤쳤다. 특히 남녀 간 교육 수준이 비슷해졌는데 임금 격차는 여전한 현실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중요한 업무는 여성에게 맡기지 않는다’ ‘아이가 있는 여성은 고용하지 않는다’ 같은 명백한 여성 차별은 사라졌다. 대학 졸업 직후 남녀 임금 수준도 비슷했다. 이 같은 공평함은 딱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유지되는 게 한계였다.

기업은 가능한 한 많은 이윤을 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직원이 ‘온콜’(on callㆍ긴급호출)에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남성은 기업의 온콜에 빠르게 응답하는 쪽을, 여성은 ‘육아를 위해 언제든 집으로 달려가야 하는’ 쪽을 각각 선택한다.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직장에 취업하며, 비슷한 임금을 받더라도 ‘아이가 생기면’ 직장 커리어를 포기하는 쪽은 여성이다.

골딘 교수는 “아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커리어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이것이 성별 소득 격차가 사라지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짚었다. 여성의 일ㆍ가정 양립을 오래 연구해 온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성은 할 수 있는 만큼 일해서 최대 소득을 얻지만 여성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임금과 커리어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며 “성 역할이 여전히 가정 내에서, 일터에서 작동하는 현실을 골딘 교수가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으로 아이를 돌보는 남성. 게티이미지뱅크

육아휴직으로 아이를 돌보는 남성. 게티이미지뱅크


'압도적 여성 차별' 국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미국을 다룬 연구지만,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올해 초 OECD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1.1%로 회원국 중 1위다. 그것도 OECD 평균 남녀 임금 격차 12%보다 20%포인트나 높은 ‘압도적 여성 차별 국가’로 나타났다. 일본 22%, 미국 16%보다도 높다. 국내 통계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시간당 평균 임금은 남성 2만5,866원, 여성 1만8,113원(남성의 70%)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비율은 남성 30%, 여성 46.5%였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노동 시간은 남성 54분, 여성 3시간7분(2019년 기준)으로 집계됐고, 육아 휴직자 수는 남성 3만7,884명, 여성 9만3,245명이었다. 무엇보다 ‘경력 단절’ 여성 139만7,000명 중 42.8%가 "육아 때문에", 22.7%가 “임신ㆍ출산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일터는 ‘아이가 생기면 여성이 커리어에 손해 보는’ 구조라는 뜻이다.

골딘 교수의 제자인 황지수 서울대 자율전공학부 교수는 “한국에서도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배우자 한쪽이 일을 포기하거나 파트타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구조”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근로 시간 조정, 재택근무 확대, 공공 보육 확충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여성을 배려하자’는 건 아니다. 황 교수는 “아이를 낳으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지는 걸 아니까 부부 모두 출산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며 “부모가 함께 일을 해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저출산 해결의 방법”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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