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나섰다 선회… “당파 충성서 자유”
JFK 조카지만 코로나 백신 반대 등 우익 행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9)가 내년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출신이라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할 것 같지만, 우익 행보를 보여 온 만큼 공화당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케네디 주니어는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내년 11월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민주·공화) 두 정당과 그들을 지배하는 부패한 이익, 완전히 조작된 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탈당이 고통스럽다”면서도 “당파적 충성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계열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문 일원인 케네디 주니어는 1963년 총격 피살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역시 총격에 희생된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한동안 환경 분야 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당초 4월 민주당에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6개월 만에 방향을 선회했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리턴 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의 표를 갉아먹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을 걱정하는 쪽은 민주당 계열 명문가 출신인 케네디 주니어의 출마가 상대적으로 지지층 결속력이 떨어지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중도좌파 성향 단체인 ‘제3의 길’(Third Way)의 맷 베넷은 WSJ에 “반(反)트럼프 연합을 분열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나쁘다”고 짚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 음모론과 접종 반대 운동으로 큰 명성을 얻은 케네디 주니어의 ‘이단아 행보’ 때문이다. 실제 최근 WSJ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에게 호의적 평가를 내린 응답자가 민주당 성향(21%)보다 공화당 성향(48%) 중에 더 많았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성명을 통해 “유권자들은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척하는 사람에게 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케네디 주니어가 완주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 무소속 후보자에 대해선 많은 주가 대규모 서명을 받은 경우에만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기성 정치와 양당에 대한 미국민의 실망감과 케네디 가문인 그의 지명도를 감안할 때 그가 1992년 대선에 출마해 20%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기업가 출신 로스 페로 후보 이후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무소속 후보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바이든과 트럼프) 둘 모두의 구상을 망치는 게 내 의도”라고 말했다.
다만 케네디 가문은 반기지 않는 기색이다. 케리 케네디, 로리 케네디, 조지프 케네디 2세, 캐슬린 케네디 타운센드 등 4명은 “미국에 위험하다”며 케네디 주니어 출마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