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 내년 관람 편리한 곳으로 이전
순금 162㎏으로 제작, 현 가치 140억원
이전비 5억원 예상
멸종위기종인 황금박쥐가 발견된 것을 기념해 순금(24K) 162㎏으로 제작된 전남 함평 '황금박쥐상'이 지하동굴에서 나와 관람이 용이한 곳에 새 둥지를 튼다.
9일 함평군에 따르면 현재 황금박쥐생태전시관 지하동굴에 보관 중인 '황금박쥐상' 이전사업을 수행할 업체를 이달 말까지 선정, 내년 함평나비축제 전까지 황금박쥐상을 옮긴다.
황금박쥐상 이전은 군의 대표 행사인 함평나비축제가 열리는 엑스포공원으로부터 350m 이상 떨어져 있어 관광객이나 노령자의 접근성이 좋지 않았고, 조성된 지 15년 된 황금박쥐생태전시관도 노후돼 악취와 곰팡이 등이 발생하면서 추진됐다.
군은 접근성을 고려해 엑스포공원 내 문화유물전시관 내부로 황금박쥐상을 이전할 예정이다. 선정되는 업체는 황금박쥐상의 이전부터 리모델링까지 모든 과정을 맡게 된다. 비용은 5억 원이다.
새 전시 공간은 85㎡로 기존보다 협소하다. 대신 군은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첨단 체험 장비를 활용, 관객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황금박쥐상을 만들고 남은 금과 은으로 만든 15억 원 상당의 '오복포란'도 함께 옮겨진다.
도난 방지를 위한 방범체계도 다시 구축된다. 실제로 이전사업 제안서 평가 항목(전체 100점)엔 '경비 계획'이 10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금값이 올라 현재 가치가 137억 원에 달할 정도로 높아진 몸값을 반영한 것이다. 2019년엔 황금박쥐상을 훔치려 황금박쥐생태관 뒷문 철제 셔터를 절단하다 경보가 울려 달아났던 3인조 절도범이 검거된 사건도 있었다.
황금박쥐상은 멸종된 줄 알았던 황금박쥐(붉은박쥐)가 1999년 함평 대동면에서 162마리 발견되면서 멸종위기 보호와 관광 상품화를 위해 2005년 28억 원을 들여 군이 제작했다. 순금 162㎏과 은 281㎏ 등 460㎏에 달하는 황금박쥐상은 황금박쥐 5마리가 날개를 펴는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당시엔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논란도 있었지만, 매년 함평나비축제 기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축제가 아닌 평상시 황금박쥐생태관까지 접근이 어렵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내년엔 나비대축제장 한복판에서 황금박쥐를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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