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김은지 6단 백 신민준 9단
본선 8강 <5>
애호가들과 바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자주 듣게 되는 상황이 있다. 최대한 정수와 격언대로 바둑을 두는데, 상대방은 그런 것 없이 마구잡이로 요구하며 두며 그렇게 타협이 되면 꼭 자신이 손해 본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 이론상 당연한 손해다. 팃포탯 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구성원에 협력자와 배신자가 있을 때 최상의 방법을 찾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협력자 간에는 무조건 협력한다’와 ‘배신이 발생할 경우 강력하게 응징한다’ 두 가지인데, 바둑에서 협력이란 정석과 쌍방 최선의 수순을 뜻한다. 반대로 배신은 이것을 벗어난 무리한 수법을 뜻한다. 즉 상대가 배신을 택할 때 타협점을 찾으려 한다면 손해 감수는 필연적인 결과다. 매 순간 이것이 협력일지, 배신일지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힘이 곧 실력이다.
백의 실리 부족으로 신민준 9단은 반드시 흑의 미생마 중 하나를 잡아야 하는 상황. 백1에 끊어 최대한 강하게 흑 대마를 압박한다. 흑2, 4는 좋은 수순. 백7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9도 백1에 받을 경우 흑4, 6으로 중앙을 뚫는 것이 강력하다. 흑10에 치받을 때 백의 대안이 없는 모습. 실전 흑8, 10으로 좌상귀가 흑의 수중에 넘어가고, 흑14, 16의 끝내기 이득마저 취하자 백의 선택지는 좌변 흑 다섯 점을 잡는 것밖에 없어진 모습. 김은지 6단은 흑18의 날일자로 좌변 흑 대마를 움직인다. 백19, 21은 신민준 9단의 승부수. 10도 백1, 3으로 직접 막아가는 것은 흑4, 6의 수순이 급소. 흑8로 흑 한 점만 희생하면 흑12까지 안에서 살 수 있는 궁도가 나온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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