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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롭힘 겪고 있다면… 녹취는 신중히, "힘들다" 문자도 간접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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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롭힘 겪고 있다면… 녹취는 신중히, "힘들다" 문자도 간접증거

입력
2023.10.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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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판례 분석 보고서 발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닌 간접·특수고용도
직장 내 괴롭힘 따른 손해배상 받을 수 있어
불공정 조사·피해자 불이익도 손해배상 대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4주년을 넘긴 가운데, 국내 법원이 해당 법 적용 범위나 괴롭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점점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분석 보고서가 발간됐다. 보고서에는 괴롭힘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위해 어떤 증거를 모으면 좋을지 조언도 담겼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지원을 받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법 절차 중 민사·형사·행정 소송 주요 판례 87건을 추려서 분석한 '2023년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분석 보고서'를 8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괴롭힘의 개념 △괴롭힘 유형별 판례(신체적·언어적·업무적·업무 외·집단적·성차별 등 기타) △괴롭힘 조사·조치 의무 △괴롭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 △괴롭힘의 입증(민사 소송 중심)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괴롭힘의 입증' 장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실제 겪는 피해자가 법적 대응을 위해 어떤 증거를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국가가 직접 수사하는 형사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가해자나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가해자가 해고·감봉 등에 불복하는 민사 소송을 낼 경우 피해자가 제출하는 입증 자료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괴롭힘 상황의 녹취는 효과적인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공개에는 신중해야 한다.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제3자 간 대화 녹취는 형사처벌 대상이고, 본인이 참여한 대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녹취를 공개하면 명예훼손 등으로 피해자가 되레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녹취해야 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고, 녹취를 법원·수사기관 제출 목적으로만 썼다면 (공개한 피해자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녹취라고 무조건 다 좋은 증거는 아니고, 가해자가 본인 입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거나 괴롭힘 상황 자체가 직접 기록됐을 때 증거 가치가 높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괴롭힘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은 중요 증거인 만큼 보관 기간 30일이 지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 △괴롭힘 상황을 목격한 동료 증언도 중요한데,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도움 받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어 받을 수 있을 때 미리 받는 게 좋다 △괴롭힘 발생 후 가족이나 친구와 나눈 문자("상사가 괴롭혀서 힘들다") 등도 간접 증거이므로 수시로 저장해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담겼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내용이라,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간접고용·프리랜서 노동자 등이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직장갑질119는 그러나 판례 분석 결과, 법원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민사상 불법 행위로 보고 적용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특수고용직인 골프장 캐디에 대한 갑질, 간접고용 관계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안내데스크 직원에 대한 갑질이 손해배상이 필요한 불법 행위로 인정됐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뿐 아니라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행위자 조치 등 후속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쌓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아래 링크를 통해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OS0_oZBavyNqRMSbg6QxGNzicoBXSLFj/view?usp=sharing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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