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안전부, SNS로 공개 논평 쏟아내
방첩 기관이 대미 외교까지 관여..."이례적"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디커플링(중국과의 탈동조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 첨단 기술 발전 억제를 위한 추가 제재를 단행할 전망이다."
중국의 국가안전부(MSS)가 지난 6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올려놓은 게시물 내용이다. 국가안전부는 '미국의 CIA', '한국의 국정원'같이 대내·외 민감 정보 수집과 방첩 활동을 벌이는 부처다. 사실상의 비밀 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최근 SNS를 통해 관영 언론이나 외교부가 내놓을 법한 공개 논평을 잇따라 내고 있다. 일반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방첩 의식 고취 활동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날로 가열되고 있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음지'에 있던 중국 정보기관까지 '양지'로 불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중 정상회담 어려울지도"...외교 영역까지 목소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8일 "어둠 속에 있던 중국 정보기관이 자신들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며 "암울한 미중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징후"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 기관 중 유일하게 홈페이지조차 없었던 국가안전부가 최근 홈페이지는 물론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까지 개설해 미국 측의 간첩 활동과 방첩 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메시지를 적극 발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안전부는 지난 8월 1일 "반(反)간첩법은 전 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첫 번째 대외 메시지를 내며 온라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국가안전부가 적발한 미국 등 서방 세력의 간첩 활동을 공개하거나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평을 줄줄이 내놨다.
지난달 30년 넘게 미국 스파이로 활동하다 올해 5월 중국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미국 시민권자 존 싱완 렁의 간첩 행위를 조목조목 설명했고, 지난달 초엔 "미국이 외교적 성의를 더 보여주지 않을 경우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도 냈다. 비슷한 시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방류 결정을 비판하는 논평도 냈다. 스인훙 런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안전부는 외교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중·미관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없는데도 이런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서방에 정보 제공 말라"...내부 향한 경고
셰마오쑹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SCMP에 "국가안전부는 그동안 비밀스럽게 활동해 왔지만 미중 간 새로운 정보전의 시대에서도 암약하기만 한다면 (방첩)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몸통을 드러내고 미국과 싸워도 될 만큼 미중 간 첩보전이 이미 공공연해졌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 출신인 덩위원은 "방첩 기관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전랑(늑대 전사) 외교관'의 역할까지 희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안전부의 등장이 미국 등 외부가 아닌 '중국 내부'를 향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SCMP는 "(국가안전부의 등장은) 서방 기업에서 일하는 중국인에게 '경제 정보를 수집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지난 7월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반간첩법 시행 이후 일반인들에게 간첩 식별 교육을 직접 실시할 정도로 방첩 의식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중국인의 손에 의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민감 정보 '통제'를 위해 국가안전부가 직접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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