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항명죄 관련 첫 의견
"상관의 정당한 명령은 적법한 명령"
3가지 조건 들며 "엄격하게 해석해야"
"현행 군형법 전반 재정비 검토해야"
국회 입법조사처가 항명죄 성립 요건으로 적법한 명령과 고의성을 제시하며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았다. 해병대 상병 순직사건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해 지난 6일 불구속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적용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진 가운데 입법부 싱크탱크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향후 박 전 수사단장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항명죄 성립 요건에 해당하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과 관련해 "통설은 '적법한 명령'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법한 명령을 충족하는 세 가지 조건으로 ①상관에게 부여된 명령권 범위 내의 명령 ②군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명령 ③법규에 위배되지 않는 명령을 제시했다. 또한 "항명죄는 군법피적용자(군인)가 명령의 내용을 인식했음에도 고의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행위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필적 고의 여부'도 성립 요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상 항명죄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정당한 명령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주관적·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이에 '코에 걸면 코걸이식 처벌'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해 "①상관의 범위를 특정하고 ②정당한 명령에 대한 해석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된 바 있다"며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근본적으로는 현행 군형법이 "과도한 중형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입장이다. 독일의 경우, 단순 명령 불복종은 군 징계규정으로 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항명은 고의로 수차례 명령 복종을 거부하고, 심각하게 법익이 침해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로 국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급자 명령이 정당하고 하급자가 고의로 이를 따르지 않으면 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입법조사처는 군형법이 1962년 제정 이후 60년 이상 단순 법정형 조정, 용어 수정 등의 단편적 개정에 그치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현행 군형법은 죄형법정주의 위반과 과도한 법정형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군국주의적 엄벌주의 색채가 구 일본육군형법의 영향과 6·25전쟁 이후의 상황으로 중형주의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부합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군형법 전반의 재정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기동민 의원은 "항명죄 적용에 있어 정당한 명령은 적법한 경우로 한정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군국주의적 엄벌주의 색채가 강한 시대퇴행적인 군형법 자체에 대한 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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