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숨진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관제실 책임자 금고형

함께 기소된 직원 2명 집행유예
트럭운전자와 대표도 집행유예

지난해 12월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최초 불이 난 트럭을 감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고속도로 관제실 책임자에게 금고형이 선고됐다. 최초 화재 발생 차량인 트럭 운전기사와 해당 업체 대표에겐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유혜주 판사는 6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 관제실 책임자 A씨에게 금고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관제실 근무자 2명에 대해서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정시설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형과는 다르다.

또 업무상 과실치사상,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럭 운전자 B씨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무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와 함께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럭 소유 업체 대표 C씨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에게는 벌금 1,000만 원도 추가됐다.

A씨 등 관제실 근무자들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46분쯤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났을 당시 관제실에서 폐쇄회로(CC)TV를 주시하지 않고 있다가 불이 난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도 비상 대피 안내 방송을 하지 않는 등 매뉴얼에 따른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 등은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 대한 관리를 평소 소홀히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가 몰던 트럭은 10년이 넘은 노후 차량이었고, 2020년에도 고속도로에서 불이 붙었으나, 차량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불이 확산하자 터널 내 300ｍ 구간을 걸어서 대피하는 동안 비상벨이 설치된 소화전 6개소를 지나치는 등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B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도 적용했다.

유 판사는 “관제실에서 근무한 피고인들은 교통사고 감시와 사고 대처를 통해 시설물을 유지하고 운전자의 생명을 보호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이로 인한 과실로 대형참사가 일어나 죄가 중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에 대해서는 “차에 불이 나자 차량 내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고, 119에 신고하는 등 화재진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피 과정에서 터널 내 소화기, 소화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터널 화재는 B씨의 트럭에서 처음 불이 난 뒤 화재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로 된 방음터널 벽과 천장으로 옮겨 붙으면서 급속히 확산했다. 불은 2시간여 만에 진화됐으나, 총길이 840여ｍ 방음터널 중 600ｍ 구간이 훼손됐고, 터널 내부에 고립됐던 5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다쳤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