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재산 모르고 경매로 은행에 소유권
후손 재매입... 법원 "정당한 대가 권리"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보유한 서울 서대문구 소재 땅을 국고로 환수하려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종 패소했다. 해당 토지가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경매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은행에 넘어간 소유권을 이해승의 손자가 다시 사들인 점이 걸림돌이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정부가 이해승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국권침탈 때 기여한 공으로 1910년 일제가 하사한 후작 작위와 1912년 한국병합 기념장을 받는 등 일제 패망 때까지 귀족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정부는 이 회장의 토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 2만7,905㎡를 두고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2021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해승이 1917년 산 이 땅은 이후 이 회장이 상속받아 소유권이 이전됐다.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따른 경매절차로 1966년 제일은행으로 주인이 잠깐 바뀌었다가, 이듬해 이 회장이 다시 매입해 등기이전 됐다. 이 회장 측은 "제일은행과 별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일재산귀속법은 국권 침탈이 시작된 1904년 러·일전쟁 발발부터 1945년 광복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받은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 법 3조 1항은 '친일재산은 국가 소유로 하지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1심은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제일은행이 친일재산임을 모른채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친일재산임을 모르고 취득했거나, 알았다고 해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 권리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또 친일재산귀속법이 '제3자'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고 해서 제3자 범위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고 봤다.
정부는 불복했지만 2심도 1심 판단에 동조했다. 정부가 해당 토지를 국고 귀속할 경우 이 회장과 제일은행의 과거 소유권 이전 등기가 순차 말소되는데, 경매에 따라 제일은행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치는 결과가 돼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법리와 기록에 비춰 볼 때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이라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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