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신의 실험적 극작가·소설가로
현대 북유럽 문학 약진 이뤘다는 평가
2015년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 수상해
대표작 희곡 '나는 바람' 소설 '3부작' 등
간결한 대화체·마침표 없는 문장 등 특징
'21세기 사무엘 베케트'로 불리기도
북유럽 문학의 거장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가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희곡과 소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정신으로 '21세기 사무엘 베케트'로 불리는 작가다. 특히 현대 북유럽 문화의 약진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북유럽 문학계에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북유럽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매년 거론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포세를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르웨이 뉘노르스크 언어로 쓰인 그의 방대한 전 작품은 희곡, 소설, 시집, 에세이, 그림책,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며 "오늘날 그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활동한 극작가 중 한 명이 됐고 그의 산문 또한 점차 인정받았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수상 발표 직후 그는 입장문을 내고 "너무 벅차고 무섭기도 하다"며 "다른 고려 없이 문학을 가장 우선 목적으로 둔 상으로, 이 상을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 원)와 함께 메달과 증서가 수여된다.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포세는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전공했고,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극작에 재능을 발견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한 후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희곡 '이름' '누군가 올 거야' '가을날의 꿈' '나는 바람' 등 작품이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다. '인형의 집'을 쓴 노르웨이 대표 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과 비견되기도 한다.
포세의 문학은 형식 면에서 독특하다. 매우 간결한 대화체 문장을 쓰고 마침표를 사용하지 않는 다. 소설 '보트하우스'와 '3부작'을 한국어로 옮긴 홍재웅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는 "미니멀리즘 혹은 사실주의적인 측면이 매우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인들의 일상 언어습관을 그대로 문자로 옮기는 특유의 방식 때문에 대화가 뚝뚝 끊기거나 소설에도 반복되는 어휘가 많다. 이런 특징은 주요 소재가 현대인의 소통, 만남이란 점과도 연결된다. 그 안에서 부조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 여러 시간대를 사는 인물들이 겹쳐져 대화하는 구성 등도 실험적이다.
뉘노르스크어(노르웨이 서해안 지역에서 쓰는 신 노르웨이어)로 창작 활동을 한다는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뉘노르스크어는 노르웨이 공용어지만 사용 비중이 10% 미만인 언어다. 2005년 포세의 '가을날의 꿈'을 국내 무대에 올리면서 욘 포세를 직접 만난 송선호 연출가는 그를 "자기가 생각하는 희곡 언어에 대한 규정이 확실했다"고 돌아봤다. 소수 언어인 뉘노르스크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데서 온 독특한 언어 세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의 작품을 ('나는 바람' 2017년) 연출한 송 연출가는 포세의 작품에 대해 "내용상 어려울 것도 없고 너무나 고요하지만 인간을 성찰하게 만든다"면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차분하고 관조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각이 안톤 체호프나 베케트와는 또 다른 동양적인 사고처럼도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최근에는 소설 창작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 질 무렵'을 묶은 '3부작'으로 유럽연합 문학상 등을 석권했고, 지난해에는 장편소설 '새로운 이름. 7부작 VI-VII' 영어판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홍 교수는 "욘 포세는 지난해 사망한 스웨덴 작가 라쉬 노렌과 교류하면서 현대 북유럽 문학의 부흥을 이끈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소설 '보트하우스' '아침 그리고 저녁' '3부작' 등과 희곡 '가을날의 꿈 외' '이름/키타맨', 동화 '오누이' 등이 번역 출간돼 있다. 이달 말 대표작 중 하나인 소설 '멜랑콜리아(합본판)'도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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