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막... 13일까지 269편 상영
한국 영화 2년 만에 개막작 선정
주윤발, 존 조 등 스타 배우 부산행
부산국제영화제가 4일 오후 28번째 막을 올렸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10일간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 상영작은 69개국 269편이다. 지난해(71개국 354편)보다 95편이나 줄었다. 내홍과 수뇌부 퇴진에 따른 ‘부산영화제 사태’ 영향이 컸다.
개막작은 한국 영화 ‘한국이 싫어서’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한국을 벗어나 살고 싶은 주인공 주계나(고아성)가 뉴질랜드에서 새 꿈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돈이 아닌 행복의 의미를 찾고 싶은 주인공의 자아 찾기가 젊은 세대의 고민을 반영한다. ‘회오리 바람’(2010)으로 장편 데뷔한 후 독립영화 진영에서 활동하며 ‘잠 못 드는 밤’(2013),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 등으로 주목받은 장건재 감독이 연출했다. 한국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2021년 ‘행복의 나라로’ 이후 2년 만이다.
이날 개막식 이전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남동철(수석프로그래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드라마와 영화가 젊은 세대 이야기를 다룰 때 그들이 처한 현실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세대의 다양한 고민이 드러난 영화라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 직무대행은 “영화가 얼마나 정직하게 우리의 삶을 반영하냐는 점에서 봤을 때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싫어서’는 2016년 부산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 처음으로 소개된 후 제작이 추진된 영화다. 부산영화제에서 씨를 뿌린 후 7년 만에 개막작으로 부산을 다시 찾게 됐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해외 촬영이 불가능해 완성이 늦어졌다. 장 감독은 “2015년에 나온 원작소설을 그해 11월 비행기 안에서 읽고선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소설 속 20대 후반 여성 계나와는 다른 위치에 있었으나 제 나름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며 “한국 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이 작업을 통해 환기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설이 호주를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뉴질랜드를 주요 공간으로 삼았다. 계나가 호주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소설의 결말과 다르기도 하다. 영화는 계나가 한국과 뉴질랜드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하는 모습으로 끝난다. 장 감독은 “2017년 호주와 뉴질랜드를 취재 여행을 하며 인권과 생명권을 소중히 하는 뉴질랜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계나가 자신의 삶의 방향을 모험을 하는 쪽으로 잡는 걸로 묘사하고 싶어 마무리를 달리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연배우 고아성이 불참했다. 장 감독은 “고아성씨가 척추골절을 당해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올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했으나 결국 오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날 개막식에서 초청손님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역할은 배우 송강호가 맡았다. 부산영화제가 개막식 손님맞이를 외부인에게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제 기간 동안 홍콩 스타 저우룬파(周潤發ㆍ주윤발)를 비롯해 재미동포 배우 존 조, 프랑스 감독 뤽 베송,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이와이 슌지 등 해외 유명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는다. 폐막작은 류더화(劉德華·유덕화) 주연의 중국 영화 ‘영화의 황제’(감독 닝하오)다. 영화는 영화의전당과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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