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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싸우자"는 강경파 8명이 온건파 210명을 이겼다...매카시 축출 '대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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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싸우자"는 강경파 8명이 온건파 210명을 이겼다...매카시 축출 '대혼돈'

입력
2023.10.05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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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강경파-민주, ‘한배’… “기묘한 연합”
마땅한 대안 없어… 후임 선출 쉽잖을 듯
타협파 축출에 더 멀어진 예산·법안 타결

3일 미국 하원 표결로 의장직에서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이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3일 미국 하원 표결로 의장직에서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이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58·9선·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이 연방하원 의장에서 축출됐다. 그가 극단적으로 강경하지 않다는 것에 불만을 품은 공화당 극소수 강경파가 축출을 주도했다. 상원과 함께 미국 입법부의 양대 축인 하원 업무가 마비됐고 미국 정치가 극심한 혼돈에 빠졌다.

미국 하원은 3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매카시 전 의장 해임결의안을 찬성 216표 대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 212명 중 표결에 참여한 208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의원 221명 중에선 218명이 표결에 참여해 210명이 반대했지만 자기 당 소속 하원 지도자를 쫓아내기로 결의한 8명의 반란에 속수무책이었다.

정치 극단주의가 미국 의회 민주주의에 다시 한번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미국 정부 예산안과 법안 처리가 사실상 올스톱됐고, 자기 당 출신 하원 지도자를 '셀프 축출'한 공화당에도 내분이 일어났다.

매카시 협상 정치에 불만...공화 강경파 '셀프 축출'

매카시 전 의장은 올해 1월 하원의장에 오른 지 9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공화당 강경파가 그를 몰아낸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30일 민주당과 합의해 45일짜리 내년도 정부 임시 예산안을 하원에서 전격 통과시킨 것이다. 이날을 넘기면 정부가 셧다운(업무 일부 중지)될 터였다. 공화당 강경파는 예산 대폭 삭감을 주장하며 예산안 처리를 막았는데, 매카시 전 의장이 공화당 온건파와 민주당이 찬성할 수 있는 대안을 내서 셧다운을 9시간 남기고 통과를 관철시켰다.

공화당 초강경파는 1월부터 매카시 전 의장을 벼르고 있었다. 다수당 원내대표가 하원 의장을 맡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들은 그의 의장 선출 투표를 15번이나 지연시키며 그를 쥐락펴락하려 했다. 올해 6월 매카시 전 의장이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채 한도 상향 타결을 한 것을 놓고도 강력 반발했다.

공화당 초강경파인 맷 게이츠(41·4선·플로리다) 의원은 이달 2일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단독으로 발의했다.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강경파를 회유하기 위해 매카시 전 의장이 "의원 1명만으로 의장 해임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을 바꿔 준 것이 스스로를 찌른 셈이다. 이 규정이 남아 있는 한 과격한 극소수의 의원이 언제든 의회를 휘두를 수 있다.

당초 대체적 예상은 해임안 부결이었다. 공화당에서 매카시 전 의장 지지세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매카시 전 의장이 지체 없이 표결을 받아들인 것도 부결을 자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카시 전 의장은 민주당에도 배신을 당했다. 그가 정부 셧다운을 막아 준 공을 민주당이 외면한 것에는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라는 점, 하원의 연방 공무원 탄핵 소추권을 앞세워 조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지시했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해임안 표결 직전 의원총회를 소집해 "매카시를 지켜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강경파와 민주당의 조합 자체가 “기묘한 연합”이었다고 평했다. 하원의장 해임안이 투표로 가결된 것은 처음이다. 조지프 캐넌(1910년), 존 베이너(2015년) 의장 때도 해임안이 제출됐지만, 부결되거나 자진 사퇴로 상정되지 않았다.

초유의 하원 의장 부재...정부 셧다운 초시계 또 돌아간다


3일 공화당 하원 회의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축출 시도에 대해 논의한 뒤 워싱턴 의사당 내를 걸어가는 맷 게이츠(오른쪽) 의원을 기자들이 뒤따라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3일 공화당 하원 회의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축출 시도에 대해 논의한 뒤 워싱턴 의사당 내를 걸어가는 맷 게이츠(오른쪽) 의원을 기자들이 뒤따라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하원의 입법 기능은 사실상 중단됐다. 하원 금융위원장인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의원이 임시 의장 직을 맡게 됐지만, 차기 의장 선거 감독 정도로 권한이 제한될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WP는 “임시 의장이 업무를 보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대부분 법안 처리는 대기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하원 리더십 공백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공화당에 유력한 하원의장 후보가 없다”고 보도했다. 기세를 올린 강경파가 발목을 잡으면 올해 초 매카시 전 의장 선출 당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매카시 사태 책임론으로 공화당이 오랜 내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셧다운 가능성은 다시금 커졌다. 임시 예산안 시한인 다음 달 17일까지 하원에서 세출 법안이 확정돼야 셧다운을 피할 수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 국방 정책·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 통과, 임시 예산안에서 빠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부활 여부 등도 점치기 어렵게 됐다.

백악관은 공화당을 비판하지 않은 채 하원 정상화를 촉구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이 조속히 의장을 선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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