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로 별세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후임자로
'노조 지도자·여성 정치인 지원' 버틀러 지명
"여성·노동·성소수자 대변 목소리 낼 적임자"
미국 최초의 ‘흑인 레즈비언 상원의원’이 탄생하게 됐다. 주인공은 여성 정치인 지원단체 ‘에밀리스 리스트’의 라폰자 버틀러(44) 대표다. 최근 90세 나이로 별세한 ‘미국 최고령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 전 캘리포니아주 의원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다.
미국 상원의 첫 '흑인 레즈비언' 의원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버틀러를 지난달 29일 건강 악화로 사망한 ‘최장수 여성 의원’ 파인스타인 전 의원의 후임으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뉴섬 주지사는 “여성, 소녀들의 옹호자이자, 노동자들을 위해 싸운 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신뢰를 받는 조언자인 버틀러가 미국 상원에서 자랑스럽게 캘리포니아를 대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에선 공석이 된 상원의원 후임자를 주지사가 지명한다.
버틀러는 이달 4일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파인스타인 전 의원의 잔여 임기인 2025년 1월까지 상원에서 활동하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버틀러의 지명은 상징적”이라며 그의 발탁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여성과 결혼해 8세 딸을 키우고 있는 그가 상원에 공식 입성하면 미국의 첫 흑인 레즈비언 상원의원이자, 캘리포니아주 성소수자 상원의원 1호가 되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에 이은 캘리포니아의 두 번째 흑인 여성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버틀러는 2020년 대선 당시 해리스 부통령 선임 보좌관으로 활동하는 등의 인연도 있다.
여성·노동 이슈에 적극적..."소수자 권리 대표할 적임자"
버틀러 대표는 선출직 공직 경력은 없다. 하지만 노동과 여성, 성소수자와 관련해 정계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노동자 가정 출신인 그는 건물 경비와 가사도우미 등 단기 계약직을 전전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노동권에 대한 관심을 키워 왔다. 요양·간호 분야 근로자 32만 명을 대표하는 전미서비스노조(SEIU) 캘리포니아 지부 회장을 지냈다.
2021년부터는 흑인 최초로 민주당 성향의 정치활동위원회(PAC)인 ‘에밀리스 리스트’ 대표로 활동 중이다. 1985년 출범한 이 단체는 기부금 모금, 홍보 등을 통해 여성의 정계 진출을 돕고 있다. 버틀러는 대표 취임 당시 “유색인종,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 정치 지도자를 육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성 관련 의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 땐 “투표함까지 가져가야 할 싸움”이라고 반발하는 성명도 냈다.
공화당이 차기 대선에서 소수자를 타깃으로 삼는 ‘문화 전쟁’으로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민주당 소속 ‘흑인 레즈비언 여성 의원’이 갖는 의미는 더 크다. 뉴섬 주지사는 “임신중지권 등 작고한 파인스타인이 보호하려 했던 자유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공격받고 있다”며 “버틀러는 여성·성소수자 권리에 관해 상원에 중요한 관점을 제시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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