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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대북전단 살포... 정부 "대북확성기 방송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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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대북전단 살포... 정부 "대북확성기 방송도 가능"

입력
2023.10.0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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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
정부, 대북심리전 준비태세 갖춰
접경지역 주민 안전·분쟁 관리 과제

지난 2020년 6월 북한이 공개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당시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방치함으로써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발, 법안 제정을 요구하며 남북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철거 등을 언급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마련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2020년 6월 북한이 공개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당시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방치함으로써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발, 법안 제정을 요구하며 남북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철거 등을 언급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마련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6일 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조항'(24조 1항 3호 등)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대북심리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전은 크게 전단과 확성기 방송으로 나뉘는데, 헌재 결정으로 당장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차단할 족쇄가 풀렸다. 여기에 정부는 대북확성기를 언제라도 재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낸 상태다. 윤석열 정부 들어 9·19 남북군사합의 무용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빌미가 더 늘어난 셈이다.

"민간에 의한 대북전단 살포, 남북군사합의 파기 아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추석 연휴 이후 대북전단을 보낼 계획"이라며 "전단 살포 문제를 두고 통일부와 상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0년 6월 남한 당국이 전단 살포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며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같은 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전단 금지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가 저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는 일단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대북단체에 행동 자제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정부는 '전단 살포'를 대북카드로 활용할 참이다. 정부가 아닌 민간의 전단 살포는 9·19 군사합의 회색지대에 놓여있는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국방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군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남북군사합의 위반으로 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만류해도 강행하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남북합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정부소식통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남북군사합의 위반 행위를 지속하면 정부 또한 대북전단에 대한 자제를 멈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군심리전단, 대북확성기 설비점검 착수…국정원 지난 5월 조직개편

정부는 대형확성기를 사용해 북한을 압박할 수도 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20㎞, 밤에는 30㎞까지 소리가 닿는다. 접경지역 확성기는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른 신뢰조치로 모두 철거해 5년 5개월간 방송을 중단한 상태다.

확성기 방송은 국군심리전단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대북전단 살포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9·19 군사합의) 폐기는 못 하더라도 효력 정지는 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확성기 방송을 포함한 대북심리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확성기 방송이 현재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관련 법의 규칙에 대한 조치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미 점검을 마쳤다. 국군심리전단은 최근 국방부 지시에 따라 운영했던 대북확성기 설비를 점검하며 대비태세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의 경우 지난 5월 대북심리전국을 1급 독립부서로 발족해 2차장 산하에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북한 반발, 여전히 변수…접경지역 안전 고려한 '인권 제고' 전략도

이 같은 다양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당장 대북심리전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건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우발적 분쟁 우려 때문이다. 앞서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대북확성기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비대칭 전력"으로 꼽았는데, 실제 가동한다면 북한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2014년 연천 고사총 사격 △2015년 서부전선 포격 △2020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모두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핑계로 일으킨 도발 사건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국내외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대외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8월 통일부 조직개편과 함께 신설된 '통일인식확산팀'이 대표적이다. 이 조직은 객관적인 북한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에게 정보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상 대북심리전 기능을 맡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외교부는 2024~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서 북한의 인권 침해를 주요 의제로 추진할 방침이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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