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예산안’, 파국 3시간 전 의회 통과
극우, 매카시 해임 추진… “민주와 야합”
우크라 예산 누락… 합의 진통 겪을 듯
바이든·매카시, 셧다운 피하자마자 대립
미국이 예산 공백 탓에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를 가까스로 피했다. 그러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부 지출 대폭 삭감을 요구해 온 공화당 강경파 의원이 임시예산안 처리를 주도한 같은 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향해 “(여당인) 민주당과 손잡았다”고 비난하면서 그를 축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누락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향후 추가 편성 여부도 잠재적 뇌관이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 간 대립도 셧다운 위기를 피하자마자 다시 시작됐다. 사퇴 압박을 받는 매카시 의장이 강경파 눈치를 볼 경우, 향후 협상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 99% 찬성 끌어낸 공화 하원의장
셧다운 모면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미국 연방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에서 매카시 의장이 제안한 임시예산안이 민주당 의원들 지지로 막판에 가결됐다. 민주당 하원의원(212명)의 99%가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126명·57%)을 압도하는 비율이었다. 찬성 88표로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킨 상원에서도 반대 9표는 전부 공화당에서 나왔다. 파국 3시간 전인 오후 9시를 약간 넘겨 의회가 넘긴 예산안은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됐다.
당초 셧다운은 불가피해 보였다. 하루 전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 기관 예산액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의 임시예산안을 제안했지만, 반대하는 민주당에다 공화당 강경파도 가세하면서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이에 매카시 의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공화당 강경파의 예산 대폭 삭감안을 삭제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재난 지원 예산 160억 달러(약 22조 원) 증액도 수용했다. 같은 당 강경파를 포기하는 대신, 민주당을 끌어들인 셈이다.
상대당 입장 선회하자 당내 정적 공격
대가가 필요하리라는 건 매카시 의장도 알고 있었다. 실제 곧바로 공화당 강경파가 움직였다. 당내 초강경 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와 함께 지난달 29일 매카시 의장발(發) 임시예산안 통과를 무산시킨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었다. 그는 1일 CNN방송에서 “이번 주에 매카시 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적(政敵) 퇴출 시도’인 셈이다.
명분은 매카시 의장의 ‘배신’이다.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빅스 하원의원은 전날 예산안 처리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매카시는 자기 당 편에 서는 대신 209명의 민주당 의원과 함께 바이든, 낸시 펠로시(전 하원의장), 척 슈머(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정부 지출 수준과 정책을 유지하는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애초 민주당의 반대에 편승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공화당 주류의 입장 관철을 차단한 건 이들 강경파였다. 현재 하원 구도는 근소한 공화당 우세다. 민주당보다 9석 많은 221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덤 코커스 등 강경파가 20여 명이다. 극우 의견을 당내 주류로 만들진 못해도, 성에 차지 않는 온건 보수적 합의에 제동을 걸 순 있는 규모다. 이들의 이탈 시 공화당은 오히려 소수당으로 바뀐다.
매카시 의장의 자리 유지 여부는 사실상 민주당 손에 달렸다. 임시예산안 부결 때처럼 민주당이 똘똘 뭉쳐 공화당 강경파에 동조하면 그는 의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셧다운 위기 국면에서 책임감을 보여 줬다는 호평이 없진 않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 성향인 매카시 의장에 대한 민주당 전반의 반감도 크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최고 자금 조달원인 매카시를 제거하면 민주당의 하원 탈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우크라-美국경 예산 연계 협상 가능성
임시예산안 유효 기간은 11월 17일까지 45일간이다. 이 기간 내에 예산안 협상이 최종 타결돼야 한다. 합의 도출이 급했던 만큼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강경파가 못마땅해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민주당이 반대하는 국경 강화를 임시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걸림돌을 잠시 치워 놓은 미봉책이었다는 얘기다.
신경전은 지체 없이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침략에 맞서 스스로 방어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원의장이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매카시 의장은 같은 날 CBS 인터뷰에서 “(미국) 국경이 안전하지 않다면 우크라이나는 큰 (지원) 패키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규모를 미국 국경 강화 지원과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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