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일기로 자택서 별세
정치권 ‘유리천장’ 깼지만
고령 정치인 논란 중심 서
미국 역사상 최장수 여성 상원의원이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AP통신 등 외신은 29일 파인스타인 의원이 전날 밤 워싱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의원실에서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1970, 80년대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첫 여성 시장을 거쳐 1992년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당시는 2명에 불과했던 여성 상원의원이 6명으로 늘어난 기념비적 해이기도 했다. 이후 31년간 상원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상원 정보위원회 첫 여성 위원장, 법사위원회 첫 여성 민주당 간사 등을 거치며 정치권의 유리천장을 연이어 깼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그의 부고를 전하며 “여성이 새로운 차원의 정치권력으로 진출하는 길을 닦아주던 길고 유서 깊은 정치 경력이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의 최대 입법 성과로는 1990년대 통과된 ‘특정 유형 공격용 무기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꼽힌다. 이 금지령은 2004년 만료됐는데, 이후 총격 사건이 부쩍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미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을 했다는 ‘고문 보고서’ 공개를 주도하기도 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2018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54%의 득표율로 6선 의원이 됐으나, 건강 악화로 조 바이든(80) 대통령, 미치 매코널(81)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고령 정치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연말부터 대상포진 등으로 2개월 이상 상원 회의에 출석하지 못하면서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결국 차기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5년 이상 고인과 상원의원 동료로 지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선구적인 미국인이자 진정한 개척자이며, 질(영부인)과 나에겐 소중한 친구였다”면서 추모의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개 방(상원 회의실)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는 많은 미국인에게 롤모델이었고, 여성 지도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줬다”면서 “강인하고, 예리하고, 항상 준비돼 있었으며, 결코 공세를 접지 않았지만, 또한 친절하고, 충직한 친구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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