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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떠난 여행, 전윤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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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떠난 여행, 전윤선 작가

입력
2023.11.01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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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여행지 39곳 소개한 가이드북 발행

전윤선 작가가 경남 통영의 동피랑 벽화 마을 '천사의 날개' 그림 앞에서 훨훨 날아오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책 속 모든 사진은 전윤선 작가가 직접 촬영했다. 이전에는 카메라로 촬영했으나 장애 정도가 심해지면서 카메라 들 힘이 없어져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나무발전소 제공

전윤선 작가가 경남 통영의 동피랑 벽화 마을 '천사의 날개' 그림 앞에서 훨훨 날아오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책 속 모든 사진은 전윤선 작가가 직접 촬영했다. 이전에는 카메라로 촬영했으나 장애 정도가 심해지면서 카메라 들 힘이 없어져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나무발전소 제공

"이 세상엔 처음부터 존재하며 완벽한 것은 없어요. 길이 없다면, 그 길을 만들어 나가면 되는 거죠. 저에게 여행이란 나만의 길을 가는 거예요."

'장애계의 한비야'로 불리는 전윤선(56) 작가가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한 내용을 담은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나무발전소 발행)를 펴냈다. '무장애 관광(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와 같은 관광취약계층이 제약 없이 즐기는 관광)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전윤선 작가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관광취약계층은 인터넷이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여행 서적들로 여행하기 매우 어렵다"며 책을 쓴 동기를 설명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약자들을 위한 세부 정보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충남 예산의 대흥슬로시티 탐방 코스는 잘 알려지긴 했으나, 3개 코스 중 사랑길이 휠체어 사용인이나 보행약자도 걷기 좋은 완만한 코스라는 점은 이 책에만 담겼다. 거제도 노자산 케이블카에는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 전 작가는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가진 자녀, 유아차를 가지고 여행하는 부모,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등 많은 사람들이 책을 활용하여 여행하고 있다는 후기를 남겨 주고 있어 뿌듯하다"며 소감을 말했다.

전윤선 지음. 나무발전소·368쪽·2만2,000원

전윤선 지음. 나무발전소·368쪽·2만2,000원

책은 전국을 서울·경기권, 강원·충청권, 전라·경상권, 제주도의 4대 권역으로 나누어 여행지 총 39곳을 소개한다. 여행 동선부터 지역별 장애인 콜택시 번호,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 장애인 전용 화장실 위치, 무장애 객실이 있는 숙소 등 세세한 여행 정보를 담았다.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며 그가 겪은 어려움들은 '정상인' 위주로 설계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참아야만 할 때는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화장실 생각뿐"이라면서 "계속 참다가 장애인 화장실을 발견하면 '심 봤다'를 외치는데, 화장실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거나 잠가 놓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장애인 화장실의 실태를 고발한다.

'커피와 화장실' 편에서 작가는 제주도 올레2길 여행 중 인연을 맺은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퐁낭구집 할머니'의 안부를 묻기 위해 방문한다. 올레 2코스 구간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할머니가 주는 믹스커피를 사양하다가 거절할 수 없어 커피를 마셨다. 요의가 느껴져 올레 21코스에 위치한 하도해수욕장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려 했으나 화장실 입구에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바지와 신발에 오줌을 적셨다는 것. 그는 "사태가 벌어진 건 커피 이뇨작용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 화장실 접근성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가의 여행은 여행지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된다. 휠체어가 갈 수 있는 동선은 어디까지인지, 관광지에서 보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체험할 거리가 있는지, 도움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지 등 여행지에 관한 데이터를 정리한다. 그 후 개선점에 대해 지자체에 민원을 넣거나 언론에 제보한다. 문제점 개선이 이뤄졌다 해도 여행지를 다시 방문해 모니터링한다.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여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느닷없이 여행을 가도 괜찮을 수 있는 날까지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문이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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