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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미사일 '신형 현무'와 합동화력함...북한 도발 억제할 자산

입력
2023.10.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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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달 26일 시가행진에서 지대지미사일 '현무'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달 26일 시가행진에서 지대지미사일 '현무'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6일 성대하게 치러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무기는 ‘현무-V’라는 무기였다. 물론 현무-V라는 미사일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무기이고, 행사장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군 당국에 확인한 결과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을 일부 언론에서 ‘현무-V’라는 이름으로 오인했고, 아직 이 미사일은 실전 배치 단계가 아니어서 국군의 날 행사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무-V’라는 한국의 새 미사일이 공개된다는 보도는 매우 빠른 속도로 국내외에 퍼졌고, 각국 전문가들의 시선은 26일 한국군의 시가행진에 집중됐다. 물론 이 미사일이 실전에 배치될 경우 가장 곤란한 입장이 될 북한은 더 긴장감을 갖고 이번 행사를 지켜봤을 것이다.

세계 최강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

모두를 주목하게 만든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이하 신형 현무)은 현재 시점에서 세계 최강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무-IV 시리즈의 후속 모델로, 탄도미사일의 상식을 깬 문자 그대로 ‘괴물 미사일’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일부 정보가 공개된 신형 현무의 제원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다. 신형 현무는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지 않는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한 집단과 맞서기 위해 이를 악물고 기술 개발에 나서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보여준 기념비적인 무기다.

신형 현무는 길이 16m 이상, 직경 약 1.6m, 발사중량 36톤의 대형 미사일이다. 1단 추진체의 추력이 무려 75tf(톤포스)에 달한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공여가 결정돼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ATACMS가 길이 4m, 직경 0.6m에 발사중량이 1.7톤 정도이고, 러시아가 세계 최강의 전술 탄도미사일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이스칸데르’가 길이 7.3m, 직경 0.9m, 발사중량 4톤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신형 현무는 일반적인 전술 탄도미사일들과 비교할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 미사일. 우리 군의 '신형 현무'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성능을 능가한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 미사일. 우리 군의 '신형 현무'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성능을 능가한다. 타스 연합뉴스

인류가 그동안 만들었던 다양한 미사일 가운데 신형 현무와 크기와 중량, 추력 등 주요 제원이 가장 유사한 미사일이 하나 있다. 미국의 현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III’다. 미니트맨-III는 길이 18.2m, 직경 1.7m, 발사중량 35.3톤으로 신형 현무와 비슷한 크기와 중량을 가지고 있다. 1단 추진체 추력 역시 80tf로 신형 현무보다 약간 더 강한 수준이다. 미니트맨-III는 1만3,000㎞의 사거리를 가진 ICBM이다. 다시 말해 미니트맨-III와 물리적 제원이 거의 비슷한 신형 현무 역시 ICBM에 준하는 수준의 잠재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탄두 중량을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수준으로 낮추면 사거리가 3,000㎞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신형 현무가 북한은 물론 중국의 전략 시설들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신형 현무는 전략무기이기 때문에 공개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지만,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보도가 많다. 8톤의 탄두를 실었을 때 300㎞ 이상, 6톤의 탄두를 실었을 때 600㎞ 이상의 사거리를 가지며, 최소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표적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현무'는 북한 지하시설 파괴하는 '벙커버스터'

이 미사일은 2021년 9월, 제주 인근 해역에서 있었던 시험 발사를 통해 가공할 성능을 입증했다. 탄도미사일은 날씨가 명중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람이 세게 불고 발사 지점과 탄착 지점 상공의 날씨가 다르면 명중 정밀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험 발사 당시 발사 지점과 목표 해역에는 대단히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당시 신형 현무는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350㎞ 거리를 날아가 3m의 오차로 표적에 명중했다. 비슷한 사거리의 다른 탄도미사일이 두 자릿수 오차를 가지고 있는 것과 극명히 대조되는 성능이었다. 이는 신형 현무가 날씨에 관계없이 350㎞ 밖에 있는 북한 도시의 번지수까지 정확하게 찍어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의 공중 전략 무기인 B-52 장거리 폭격기가 비행하고 있다. B-52는 지하동굴을 파괴하는 가공할 핵무기인 '벙커버스터' 탑재가 가능하다. 국방부 제공

미국의 공중 전략 무기인 B-52 장거리 폭격기가 비행하고 있다. B-52는 지하동굴을 파괴하는 가공할 핵무기인 '벙커버스터' 탑재가 가능하다. 국방부 제공

신형 현무가 일반적인 전술 탄도미사일의 20배 가까운 탄두 중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명중률을 극단적으로 높인 것은 이 미사일이 북한의 지하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된 ‘벙커버스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얕게는 지하 수십 미터, 깊게는 100~200m까지 굴을 파고 지하군사시설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이러한 시설은 일반적인 벙커버스터로는 파괴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 미국의 B61-12 같은 전술핵폭탄인데,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지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모색해 왔다. 탄두중량을 극단적으로 키우고, 종말단계에서 낙하 속도를 최대한 높여 지면에 충돌할 때 운동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그 방법이었다. 운동에너지는 1/2mv², 즉 질량에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의 2분의 1이다. 운동에너지는 그 자체가 파괴력으로, 높은 운동에너지를 가진 물체가 다른 물체와 충돌하면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한다. 운석이 떨어지면 거대한 화구가 생기고 지진이 발생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엄청난 충격파로 지하시설 무너뜨리는 신형 현무

우리 군이 ‘대량응징보복’ 원칙에 따라 김정은 관저 일대에 대량의 신형 현무를 발사한다고 가정해 보자. 신형 현무의 고위력 탄두는 마하 10의 속도로 ‘15호 관저’를 집중 타격할 것이고, 강력한 운동에너지의 연쇄 타격을 받은 지면에 여러 차례의 인공지진이 발생해 관저 아래 지하시설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결국 북한의 지하시설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미사일이 ‘관통’해서 지하시설 내부에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이 지면을 때리며 일으키는 엄청난 충격파가 지하시설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이 정도 위력을 가진 미사일이라면 당연히 북한의 최우선 공격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은 모두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가 보유하고 있고, 북한은 이 부대의 주요 주둔지와 미사일 발사기지 좌표를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현무 발사기지에 대량의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쏟아부을 것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핵탄두를 실어 보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군의 미사일 방어 능력은 북한의 대량 화력 투사를 막을 수 없는 수준이고, 국방중기계획을 들여다보면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그렇다는 것은 북한이 선제공격을 감행할 경우, 우리 군의 주요 탄도미사일 전력이 조기에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군이 그저 손을 놓고 당하고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도입 중인 한국형 잠수함과 도입 예정인 합동화력함이 ‘보복타격’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9일 미국의 탄도미사일 원자력추진 잠수함 켄터키호(SSBN-737)에 승선해 잠망경을 조작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9일 미국의 탄도미사일 원자력추진 잠수함 켄터키호(SSBN-737)에 승선해 잠망경을 조작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지금도 그렇지만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전략원자력잠수함(전략원잠)이 최고급 전략자산으로 대접받은 것은 전략원잠이야말로 적의 선제 핵공격으로부터 전력을 온전히 보존해 보복 타격을 날릴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MAD)’의 상징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상대가 위치를 추적하기 어려운 전략원잠은 언제 어디서 대량의 핵미사일을 발사할지 모르는 가장 위협적인 무기였고, 미국과 소련 양측이 강력한 전략원잠 전력을 유지하며 만들어낸 ‘공포의 균형’이 양측의 군사적 충돌을 억제했다. 핵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양측 모두 공멸한다는 공포가 전쟁을 억제한 것이다.

신형 현무와 합동화력함의 도입은 북한 도발 억제 효과

물론 한국이 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잠을 보유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그 비슷한 것은 준비 중이다. 장보고-3 사업을 통해 도입하는 잠수함들에 현무-IV-4 SLBM이 탑재됐거나 탑재될 예정이고, 이보다 훨씬 강력한 ‘합동화력함’이 준비되고 있다. 지난 6월 한화오션이 공개한 합동화력함은 8,000톤급으로 90기가 넘는 수직발사관을 갖추고 있다. 이 중 15기가 신형 현무용으로 배정됐다. 합동화력함은 높은 수준의 스텔스 설계를 적용하고, 전기 추진 기관을 도입해 레이다 반사면적과 소음 발생이 매우 적다. 이런 배가 경기도 인근 해역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다가 신형 현무를 기습 발사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탐지·대응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3척이 동시에 신형 현무를 발사할 경우 최대 45발을 쏟아부을 수 있기 때문에, 차량 1대가 미사일 1발을 발사하는 육상 발사형보다 화력 밀집도도 높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북·중·러 삼각 협력이 강화되며 안보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우리 군은 신형 현무와 합동화력함 도입을 서두르고 그 도입 규모 역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영토는 너무 좁고, 북한의 미사일은 너무 많다. 지상배치 전력만으로 충분한 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북한이 감시·추적하기 어렵고, 북한이 대응할 수 없는 미사일과 플랫폼의 조합은 냉전 시절 전략원잠과 같이 강력한 상호확증파괴 자산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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