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사업부 매각·슬롯 반납 우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반대 입장을 냈다. 아시아나항공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 차원의 반대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산업은행은 국가와 국민의 유무형 자산인 슬롯(운수권)을 손쉽게 외국에 넘기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산업은행이 인수합병을 핑계로 대한항공의 독점 체제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측은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국가와 국민의 자산인 운수권을 외국에 아무런 저항 없이 넘기고 있으며 이도 모자라 이제는 아시아나항공의 큰 축인 화물 분야를 분할 매각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전체를 매각하고 자사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을 반납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 슬롯 조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반납 예정인 4개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 취항하는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측은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시정 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이 불리한 조건을 감내하고 인수를 성사시킨다 하더라도 "①여객 운임이 오르고 ②화물 단가가 치솟아 독과점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이 진정 국익을 위한다면 슬롯과 화물 부분 등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대한항공이 아닌 제3자 매각을 추진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운수권과 화물 분야를 뺀 '껍데기 인수'에 따른 고용유지 불안 우려도 전했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측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수많은 슬롯과 화물을 반납하고 껍데기만 남은 채로 인수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고용 유지가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많은 적자를 감수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직원들에게 동일한 고용 조건을 보장하리라는 감상에 젖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없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의 반발에 업계의 긴장감은 더 커진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대한항공 측은 "EU 경쟁 당국과 현재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 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경쟁 당국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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