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년 만에 태평양 도서국 정상들 만나
'2억 달러' 경제 지원 약속... 외교관계 수립도
'친중' 솔로몬 총리 불참... "너무 늦은 러브콜"
태평양에 작은 점처럼 떠 있는 섬나라들을 향한 미국의 '구애'가 뜨겁다. 인구가 2,000명도 안 되는 도서국과 외교 관계를 맺기로 한 것은 물론, 이들 국가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다. 최근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입김'이 점점 확대되자, 황급히 이를 차단하려 나선 것이다. 풍부한 자원을 지닌 데다, 군사·안보적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한 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거머쥐려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적 지원에 공식 외교관계 수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2차 태평양 도서국 포럼 정상회의'를 열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 앞으로 세계 역사의 많은 부분은 태평양에서 쓰일 것"이라며 "우리도 다음 세대를 위해 역사를 함께 써야 한다"고 밝혔다. 26일까지 이틀간 예정된 이번 회의에는 쿡 제도, 팔라우, 마셜 제도 등 태평양 도서국 18곳의 정상 및 외교 수장들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첫 회의에 이어, 1년 만에 또다시 이 지역의 정상급 인사들을 워싱턴으로 불러 모았다.
미국은 이 나라들에 총 2억 달러(약 2,700억 원) 상당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기반 시설 투자와 기후변화 대응 등 전반적인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8억1,000만 달러(약 1조900억 원) 지원에 이은 새로운 계획"이라며 "앞으로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을 확대·심화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미국은 또, 쿡 제도·니우에와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니우에는 약 1,700명 인구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섬나라 중 하나다. 면적이 260㎢ 정도로, 한국 김포시보다도 작다. 뉴욕타임스는 "유엔 회원국도 아닌, 최근까지 미국이 주권국으로 인정조차 안 했던 섬나라와의 외교 관계 수립은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관계를 심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태평양 진출한 중국의 영향력 차단 의도
미국이 태평양 도서국들에 보내는 '러브콜'에는 중국 견제 의도가 다분하다. 중국은 '해상 항로 요충지'라는 태평양 도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일찌감치 깨닫고 이들 국가에 각별한 공을 들여 왔다. 특히 지난해 4월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와 중국의 안보 협정 체결은 미국에 뼈아픈 충격을 줬다. 솔로몬 제도는 2019년 오랜 수교국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는 등 급속히 친중 노선을 걷고 있는 국가다.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 견제'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태평양 도서국 관여 정책과 관련해 "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분명히 우리가 전략적 초점을 유지해야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황이 미국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분위기다. 앞서 미국은 올해 2월 솔로몬 제도에 대사관을 30년 만에 재개설하며 친중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 했다. 하지만 솔로몬 제도는 이번 정상회의에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 대신 제레미아 마넬레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사실상 미국과의 '거리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미국의 최근 구애는 너무 늦은 일일 수 있다"며 "점차 확대되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에 맞서는 게 힘든 싸움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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