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주 대법원장 중도사퇴 후 최초
긴급 대법관 회의 소집... 결론 못내
안철상 권한대행 "국회 협조 부탁"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가 지연되면서 '사법부 수장 공석 사태'가 현실화했다. 대법원은 선임 대법관 주재로 긴급 대법관회의를 열어 대법원장 궐위 기간 재판 운영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전원합의체 선고와 신임 대법관 임명 제청 등의 대법원 핵심 기능이 상당 기간 정지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안철상 대법관을 포함한 12명(경조사로 1명 제외)의 대법관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긴급 대법관회의(사법행정 최고의결기관)를 열고 대법원장 공백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국회에서 후임 인준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하면서, 대법원은 25일 0시부터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대법관들은 2시간 30분간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전원합의체 재판장 권한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안 대법관은 회의 종료 후 "(대법원장 궐위로) 사법부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장애가 발생하리라 우려된다"며 “비상상황을 맞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권한 대행으로서의 업무를 엄정하고 적정하게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후임 대법원장에 대한 임명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9월 김덕주 당시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문제로 사퇴한 후 30년 만의 일이다. 당시 최재호 대법관이 9월 12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권한대행을 맡았고, 윤관 대법원장이 임명되며 대행 체제가 해소됐다.
현행 법령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역할 범위는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아,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권한대행이 대법원장의 핵심 권한을 온전히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법원 판례를 바꾸거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전원합의체의 선고가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뤄진다면, 권한과 절차상의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앞서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19, 20일 이틀간 진행했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에 발목이 붙잡혔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무산됐다. 26일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선출되고 나서 여야 합의를 거쳐야만, 임명동의를 위한 본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추석 명절 이후는 되어야 본회의 개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이미 '부적격' 의견을 낸 만큼, 표결이 진행되더라도 공석을 메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해야 해, 사법수 수장의 부재 상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장 공백이 길어지는 경우 내년 1월 퇴임 예정인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을 제청하는 절차도 차질을 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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