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50주년 기념행사 예산 대폭 삭감
기념행사 윤석열 대통령 참석 여부도 불투명
25개 출연연 신진연구자 1,200명 감원 전망
표준연 등 출연연 기관장 선임도 차일피일
출연연들 "과학기술 홀대...사기 크게 떨어져"
조승래 의원, "연구생태계 훼손...국감서 따질 것"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가 반세기 동안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데 대한 격려는커녕 연구개발 예산과 50주년 행사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기관장 인선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뒷전으로 밀린 신세'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4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대덕특구는 1973년 출범해 각종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며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대덕특구는 그동안 2세대 통신기술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를 비롯해 국내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 국산 로켓 누리호 발사 성공 등 굵직한 과학적 성과를 견인했다.
출범 반세기를 맞은 대덕특구는 '대덕이 담은 50년, 미래를 잇는 50년'이라는 슬로건 아래, 과학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기념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를 이달 중 열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했던 예산 20억 원이 5억 원으로 '반의 반토막'으로 쪼그라들면서 '반쪽 행사'로 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 여부도 지금까지 결정 나지 않아 행사 세부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념식이 내달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덕특구재단 관계자는 "예산이 많이 삭감된 것은 아쉽지만, 우수성과전시회와 기술박람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50주년 기념행사를 내실 있게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대통령 참석 여부 등에 따라 세부 일정이 달라지는 만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 모자라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31조1,000억 원)보다 5조1,848억 원(16.6%)이나 줄어든 25조9,152억 원으로 편성했다.
예산 삭감에 따라 출연연들의 운영에 일부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1,200명이 넘는 신진연구자(연수직)들이 감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방통위) 소속 정필모(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수직에는 박사후 연구원과 학생연구원(학사와 석사, 박사생), 인턴 등이 포함된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현재 출연연별로 예산 삭감을 반영한 내년도 운영계획을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25개 출연연에서 최소 1,200여 명의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수직 1인당 인건비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출연연별 내년도 예산삭감 비율을 적용해 나온 수치다. 여기에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5대 과학기술특성화대 통계가 제외돼 있어 실제 감원될 신진연구자는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신진연구자는 연구개발 인력의 한 축이고, 연구자 개인에게도 경험을 쌓고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라며 "일괄적인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인건비 축소로 이어져 연수직들이 계약 조기 종료나 채용 축소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정부 출연연 노조 등이 참여한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는 지난달 27일 대전역 등지에서 선전전을 한데 이어 앞으로 온라인 서명운동, 대국민 선전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대덕특구에선 출연연 기관장 선임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서도 '홀대를 받고 있다'며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다. 대덕특구에선 원장 후보 3배수를 선발한 뒤에도 재공모 절차에 착수하는 사례가 수시로 나온다. 재공모는 문재인 정부에선 5년 간 3곳이었는데, 윤 정부에선 출범 1년 만에 벌써 3곳이나 나왔다. 이 가운데 표준과학연과 기계연은 여전히 기관장이 공석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정부가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신진연구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국정 운영은 정반대로 하는 것 같다"며 "정부의 격려와 지원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홀대를 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많이 상하고,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국회 과기방통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재선·유성갑) 민주당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출연연과 KAIST 등 연구개발 인프라가 집적된 지역 연구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예산삭감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대한민국 연구개발 기초에서 응용까지 책임지는 특구의 본질적 역할 강화를 위해 지난 8월 발의한 '대덕특구 조성 50주년 기념 연구개발특구 지원 촉구 결의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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