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완진, 아킬레스 건 파열돼 1년여 재활 거쳐
차예은, 무릎 십자인대 등 부상 품새로 전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남녀 동반 금메달을 안긴 태권도 품새의 강완진(25·홍천군청)과 차예은(22·경희대)은 역경을 이겨낸 '불사조'다.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대한민국의 '국기' 태권도 동작을 절도있게 선보였지만, 그 뒤에는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기가 있었다.
강완진은 2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품새 남자부 개인전에서 1경기인 공인 품새에서 8.000점, 2경기 자유 품새에서 7.460점을 받아 대만의 마원중(7.880점·7.080점)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오른 그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2021년 1월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강완진은 수술까지 받으며 긴 고통의 시간을 이겨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는 어머니였다.
강완진은 경기 후 "어머니가 나보다 더 힘들게 나를 챙겨주셨다. 그걸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울음을 참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부상 때문에 어머니한테 성질도 많이 부렸는데 많이 죄송하다. 이걸(금메달)로 조금이라도 효도를 한 게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완진은 당시 부상으로 1년 여 공백기를 갖고 재활로 고생했다. 그는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결과를 낸 덕에 위안이 되고,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펄펄 날았다. 2018년 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을 싹쓸이하며 품새 종목 최고의 선수로 꼽혔다. 부상을 이겨낸 뒤에는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춘천 아시아품새선수권, 고양 세계품새선수권에서 남자부 정상에 섰다. 지난 7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품새 개인전도 우승했다.
강완진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그때 '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활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탓에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된 게 강완진에겐 행운이었다. 그는 "계속 대회가 연기되니까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악물고 독종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완진은 "작년에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나도 메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기를 꿈꿔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품새 여자부 금메달리스트 차예은도 부상으로 인해 태권도 시범단에서 품새 종목으로 전환했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와 연골을 크게 다쳐 시범단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선택한 게 품새였다.
차예은은 이날 1경기에서 7.860점, 2경기 7,220점을 받아 니와 유이코(7.620점·6.700점)를 제압했다. 차예은은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동작을 이어가는 자유 품새에 강하다. 4강전에서 자유 품새 7.280점을 받은 그는 대만의 천심야(6.860점)를 크게 따돌려 결승에 안착했고, 결승에서도 자유 품새에서 격차를 벌리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차예은은 "연습 때가 더 힘들었다. 연습하면서 눈물은 이미 다 흘려놨다"면서 "오히려 재활을 너무 열심히 해서 몸이 이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좀 내가 품새 선수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번에 자유 품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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